히만 청 인터뷰 "예술가는 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람"
아트선재센터에서 싱가포르 작가 히만 청(Heman Chong)의 개인전 〈절대, 지루할 틈 없는〉(2015. 2. 7~3. 29)(http://artsonje.org/15_02_heman/)이 열렸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시'와 '전시장' 자체를 주제 삼은 작업들을 선보입니다. 이전 전시의 철수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들, 벽의 구멍과 낙서 등을 이번 전시에 남겨두어 '당시' 전시와 '지금' 전시가 호흡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또한 친구의 메일보다 살가운 스팸메일 내용, 있어야 하지만 보여주기는 싫은 전시장의 애물단지 소화기, 아트선재센터에서 이미 열렸던 전시 제목들, 어느 날 클럽 문지기가 입구를 막으며 귀에 속삭였던 말 등 매우 일상적인 소재, 기성품을 뒤틀어 볾으로써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합니다.
* 아래는 아트인컬처 2014년 9월호(http://www.artinculture.kr/magazine/190)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 작가 히만 청 Photo by Nguan Tan
“예술가는 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람”
히만 청(http://www.hemanchong.com/) / 싱가포르 작가, 큐레이터, 저술가
갤러리엠에서 히만 청의 한국 첫 개인전(2014. 8. 21~9. 27)이 열렸다. 2003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관 대표작가였던 그는 올해 2014광주비엔날레, 내년 2015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등 국내에서 굵직한 행사들을 앞두고 있다. / 탁영준 기자
Art 한국에서 여러 기획전에 참여했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소감은?
HC 한국에서의 첫 전시는 2005부산비엔날레다. 첫 개인전 개최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늘 전시할 거리가 많다. 항상 새로운 작품을 전시한다. 스튜디오에는 작품이 없다. 종이에 쓴 계획으로만 남아 있고 전시가 있을 때 해당 공간에서 작품을 설치한다. 각 공간이 확장된 스튜디오의 일부다.

〈Wittgenstein's Mistress / David Markson〉 캔버스에 아크릴릭 61×46×3.5cm 2013
Art 소설책 표지를 활용한 〈Cover〉 연작처럼 텍스트를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작품 속 텍스트와 이미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HC 우리의 삶과 같다. 가치판단 혹은 어떤 관계를 판별하기도 전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삶은 규칙이 아닌 혼란 덩어리다. 우리는 그 어수선한 상태에서 매번 무언가를 포착하려 한다. 작품 속 텍스트는 일종의 ‘덫’이다. 관객은 의미망을 찾아 내고자 노력할 수도 있다. 이처럼 늘 혼란과 교섭하는 삶의 과정에 주목한다.
Art 달력, 잡지 표지, 엽서 등을 소재로 한 집합적 성격의 작업이 많다.
HC 내 작업은 ‘인덱스’, ‘라이브러리’와 같다. 특히 라이브러리에서의 ‘순환’ 개념이 중요하다. 한때 내 손에 있던 것은 다른 이의 손을 거쳐 변화한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통의 방식, 즉 언어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로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언어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적 작용에 초점을 둔다.
Art 올해 2014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퍼포먼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지?
HC 광주 지역 학생 2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떤 한국 문학작품(아직 비밀이다)을 계속해서 소리 내어 읽고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 이 책은 영어로 번역된 적 없다. 학생들은 퍼포먼스 직전까지 어떤 책인 줄도 모르고 연습도 하지 않아 매우 즉흥적이다. 나는 리허설을 믿지 않는다. 오류나 실수가 발생하면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 ‘불확실성’은 나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히만 청 런던 왕립예술대학 커뮤니케이션아트&디자인 석사 졸업. 로테르담 현대미술관 및 홍콩 스프링워크숍 초청큐레이터 역임. 공상과학소설 《PHILIP》 공동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