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스토리: 김달진과 미술자료展
2015 / 04 / 06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홍지동에 새 둥지
아카이브 스토리: 김달진과 미술자료展 3. 12~5. 31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http://dalji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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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홍지동에 재개관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외부 전경 2015
“이제 이사 안 가요!” 국내 ‘아트 아카이브’의 대명사 격이 된 김달진미술자료 박물관 관장 김달진의 숙원이 풀렸다. 지난해 ‘예술전용공간 임차지원사업’이 만료되면서 차기 공간 확보 문제로 전전긍긍하다가, 홍지동 상명대 앞의 건물을 구입해 미술연구소, 미술자료박물관을 완전히 뿌리박았다. 3월 12일 재개관을 앞두고 만난 관장은 들뜬 마음으로 새 보금자리를 구석구석 소개하면서도, 그간의 아쉬움을 성토했다. “지난하고 가시적으로 빨리 드러나지 않는 사업이다 보니 국가에서는 관심이 없어요. 이 박물관에 원본 자료가 얼마나 많은데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이 자료를 디지털 목록화해야 해요. 이제는 그게 제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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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현대미술교류대전: 한국현대화집》 중화민국판화학회 1977(왼쪽)과 《국제보도》 39호(오른쪽)
지하 1층, 지상 3층의 신(新)사옥은 광장건축환경연구소 소장 김원의 재능기부로 리모델링을 거쳐 환골탈태했다. 2층에는 자료실과 관장실, 3층에는 학예실과 사무실이 자리 잡았다. 자료실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모두 무료 개방된다.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보니 일반인은 예약제, 후원회원은 상시 이용으로 운영된다. 지하층과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현재 신사옥 개관전 〈아카이브 스토리: 김달진과 미술자료〉가 진행 중이다. 2001년 연구소 개소, 2008년 박물관 개관이래 축적한 연구 성과와 아트 아카이브를 총체적으로 아우른 전시다. 작가 김중현 이상범 정찬승 등의 작품, 박물관의 최고(最古) 소장품인 청나라 유교경전 《서경대전》(1717), 백남준의 신년인사 카드 같은 실물자료, 근현대 희귀 도서 및 미술잡지 창간호, 기록물 등을 망라했다. 발행되지 않은 1~5회, 7회를 제외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도록 전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물자 부족으로 도록을 발행하지 않았던 조선미술전람회(선전)의 마지막 회 출품 목록,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도판 화집인 작가 오지호, 김주경의 화집 등이 눈에 띈다. 특히 흥미로운 자료는 1952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백이의(벨기에)현대미술전〉 팸플릿으로, 이 팸플릿이 없었으면 6.25 전쟁 통에도 이런 현대미술 전시가 열렸을 줄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열대에 놓인 자료 하나하나가 우리 근현대미술의 매순간을 증명하는 ‘보배’였다. 지하 전시장에는 김달진 개인 아카이브를 선보였다. 사진이나 스크랩북 등에서 1972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이어진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고(故) 이경성과의 추억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한편, 이번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톡톡톡’ 김달진 관장 아카이브 토크〉도 마련했다. 4월 9일 ‘팸플릿 수집에서 박물관 설립까지’, 4월 29일 ‘아트아카이브를 통해 본 한국미술과 대표작가’, 5월 14일 ‘한국미술 현장과 이슈가 된 작품들’ 순으로 진행되며, 박물관 웹사이트를 통해 참가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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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관전 〈아카이브 스토리: 김달진과 미술자료〉 전시장을 배경으로 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 김달진
재개관전을 기념해 동명의 단행본도 발간했다. 이 출판물은 이번 전시의 도록이면서, 수집가 기록자 연구자 언론인의 길을 걸어 온 김달진 관장의 약식 자서전이자, 지금까지 기관의 전시 및 연구 활동상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종합선물세트’다. 또한 박물관은 웹사이트도 전격 개편해 소장품 및 정보 검색의 편이성을 높였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포괄하는 ‘라키비움(Larchiveum)’을 꿈꾸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홍지동 시대의 개막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