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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展

2015/05/04

플라스틱 유물, 삶의 ‘옆’을 보존하다
최정화展 3. 31~6. 30 온양민속박물관(http://onyangmuseum.or.kr/), 구정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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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활활生生活活〉혼합재료가변크기2015

옛 문화를 고스란히 보존하는 민속박물관에 형형색색의 플라스틱이 대거 출몰했다!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최정화의 개인전 〈옆〉은 우리의 전통 문화와 현대 생활상을 연결한다. 아산시에서 3대째 거주하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와 지역 주민이 모아 준 1만여 점의 플라스틱을 활용한 이 전시는 온양민속박물관 야외 전체와 박물관 내 구정아트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전시 제목인 ‘옆’은 이 전시가 최정화의 개인 작품을 독단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과 지역 주민이 다함께 꾸려 나가는 전시임을 뜻한다. 박물관이 간직한 역사와 주민들이 제공한 생필품에 담겨 있는 개개인의 삶은 작품으로 재탄생해 박물관 곳곳을 채운다.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중 ‘옆의 옆’과 ‘옆과 옆’ 섹션은 박물관 본관에서 진행된다. ‘옆의 옆’에는 밥상과 그릇을 탑처럼 쌓은 〈꽃의 향연〉, 창문으로 바리케이드를 세운 〈돌리고 돌리고〉 등 살림살이로 구성된 작품이 대다수 있다. 이 물건들은 아산시에서 3대째 종손으로 살고 있는 시민의 집에서 빌려온 것으로, 한 집안의 오래된 세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조명한다. ‘옆과 옆’ 섹션에는 식물 형태의 모형에 철 가루나 형광색 안료 등을 칠해 제작한 최정화의 신작 〈내일의 꽃〉 시리즈가 선보여 그동안 익숙히 봐 온 플라스틱 작품뿐 아니라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해 준다. 구정아트센터에서 열린 ‘항상 옆’은 아산시 주민들이 모아 준 세제통, 훌라후프, 장난감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섹션이다. 센터 입구부터 중심까지 방사형으로 늘어선 이들의 대열은 시각적으로 압도감을 주는 것은 물론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플라스틱을 보게 만든다. 우리의 쓸모를 위해서만 사용되는 물품이 아니라 인간 생활과 밀착하게 연관돼 우리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역사적 존재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옆〉은 이처럼 옆과 옆들이 모여 탄생한 전시다. 마지막 섹션인 ‘옆의 만남’에서는 박물관 야외 곳곳에 있는 전통적 요소와 생필품에 담긴 현대의 시간이 직접적으로 교차한다. 〈박물관 석상들〉은 해를 막는 용도로 세워진 석상들에 알록달록한 스카프를 선사했으며, 〈바람탑〉은 커다란 느티나무 가지 끝에 밥상보를 탑처럼 쌓아 매달았다. 박물관 야외의 사물이나 시설을 많이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터를 지켜 온 것들에 작은 선물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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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석상들〉석상에스카프가변크기2015

최정화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플라스틱, 골동품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어서 작품의 키워드가 주로 ‘싸구려’ ‘키치’와 연관된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번 개인전과 지난해 9월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총천연색〉전이 보여 주었듯이 역사적인 장소와도 전혀 이질감 없이 섞인다.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도 쉽게 융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가 최근 발견한 문장이라며 인용한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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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플라스틱가변크기2015

“말은 천천히 하고, 밥은 천천히 먹고… 그리고 역사는 천천히 잊읍시다.” 무수히 복제되어 사용되고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도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이서 인간을 지켜보는 존재다. 민속박물관에 소장된 옛 물건으로 당시 생활상을 추측해 볼 수 있듯이, 먼 미래에는 플라스틱이 우리가 살아 온 삶을 증명해 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은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우리 삶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온전히 역사적이다. 최정화의 작품이 전통적인 장소와도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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