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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위해눈을사용한일展

2015/05/04

일상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
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展 4. 15~5. 23 두산갤러리(http://www.doosa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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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위해눈을사용한일〉전시전경2015두산갤러리_이동기(왼쪽)와박경률(오른쪽)의회화작품이벽에걸려있고,주위에구민정의설치작품이전시돼있다.

‘보기 위해서 눈을 사용한다.’ 이 말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어서 ‘보다’와 ‘눈의 사용’을 연결할 때 우리는 어려움을 거의 겪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심지어 한 시간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물체를 보며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면 눈을 ‘사용’해서 보는 게 과연 몇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의 양을 격렬하게 쏟아지는 폭포에 비유하자면, 의식적으로 보는 행위는 마치 약수터 바가지로 그 폭포수를 담으려는 것과 같다.

〈보기 위해 눈을 사용한 일〉전은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쳐 왔던 것들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본다. 이 전시는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매년 사회, 인문학 분야의 여러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하고 이와 연계된 공연, 전시, 영화 등을 선보이는 ‘두산인문극장’의 기획전이다. 올해 전체 주제는 ‘예외'로, 전시에는 구민정 민서홍 박경률 이동기 정재욱이 참여했다. 전시 구성은 건축가 민서홍이 설계한 구조물을 기반으로 한다. 신작 〈만화경〉은 거대한 검은색 천으로 전시장을 동굴처럼 만들어 전시 형태의 큰 틀과 관람 방향을 설정하며 가벽처럼 설치돼 전시 공간을 두 곳으로 나누는 역할도 한다. 전시장 입구와 맞닿아 있는 첫 번째 공간에는 구조물 곳곳에 뚫린 구멍마다 안쪽에 회화 작품이 한 점씩 배치돼 있다. 구조물의 외벽과 작품이 놓인 안쪽 벽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 작품을 보기 위해선 만화경 보듯이 구멍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집중해서 봐야 한다. 각 구멍 안에는 박경률과 이동기의 회화작품이 있다.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대상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박경률의 작품과 구체적 형체 없이 강렬한 색채의 아크릴로만 뒤범벅된 이동기의 작품은 그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박경률의 〈A White Thing〉에 묘사된 각기 다른 표정의 네 얼굴과 그 밑에 그려진 정체불명의 낚싯바늘들, 풀숲에 엎드려 물을 마시는 초록색 사람과 그림에서 풍기는 음울한 분위기는 자세히 보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이동기의 〈겨울〉에서는 연두색을 중심으로 모인 파랑, 분홍, 노란색 등의 조화와 매끈한 아크릴의 결, 거칠게 휘갈겨진 붓질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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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률 〈A White Thing〉 캔버스에 유채 60×60cm 2014 민서홍의 구조물 안에 설치돼 있다.

가벽 역할을 하는 검은 구조물에는 터널 같은 구멍들이 뚫려 있어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두 번째 공간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두 공간을 관통하는 이 터널에는 구민정의 오브제들이 있다. 구민정은 모루끈, 솜방울, 장난감 등으로 첫 번째 공간과 두 번째 공간 일부를 장식한다. 또한 이동기의 〈성모〉와 박경률의 〈C의 드라마〉가 걸려 있는 두 번째 공간 벽면을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색상인 노랑, 초록, 분홍색으로 칠하면서 구민정은 자신의 작업을 보여 주는 동시에 다른 작가의 작품까지 조명한다. 두 공간 사이에 놓인 정재욱의 〈소나기〉는 종이처럼 얇은 석고 조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져 세워졌는데, 입김만 불어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다. 두상 조각처럼 견고한 형태의 석고 작품에만 익숙하던 관객은 〈소나기〉를 통해 석고를, 더 나아가 한 사물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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