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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展

2015/05/04

PKM갤러리, ‘삼청동 시대’의 서막 열다
윤형근展 4. 15~5. 17 PKM갤러리(http://www.pkm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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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ber-Blue〉리넨에유채180×200.3cm1975~76

올해로 개관 14주년을 맞은 PKM갤러리가 삼청동으로 이전, 새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젊은 건축가 양수인이 설계한 이 공간은 원래 평범한 주택이었다. 시멘트 소재였던 외벽에 흰색 타일을 갈아 붙여서 갤러리 느낌이 물씬 나게 ‘변신’시켰다. 또한 지하의 축대를 파내고 널찍한 전시장 2개 층을 조성했다. 지하 2층의 층고는 5.5m에 달해 여느 미술관 못지않다. 지상 2개 층은 기존 주택의 형태와 여기에 딸린 마당을 유지했다. 마치 공중정원 같은 느낌이 나는 이곳에서 갖는 오프닝 등 갤러리 행사는 공간의 신선함만으로도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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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1928~2007)

개관 특별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작고 작가 윤형근. 2007년 화백이 작고한 이후 13년 만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전시는 작가 고유의 표현 양식이 정립됐던 시기인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 중 대형 캔버스 작업 위주로 8점을 선보인다. 묵향(墨香)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화면과 절제된 감성을 느껴 볼 수 있다. 윤형근의 화면에 등장하는 짙은 남색 ‘울트라마린’과 담갈색 ‘번트 엄버’의 기조는 1970년대부터 일관된 것이다. 테레핀유를 섞은 유화 물감으로 캔버스 위에 몇 개의 획만 무심하게 그어 내려가는 와중에 안료가 스스로 스며들고 다시 배어 나오기를 반복하며 작가 특유의 화법이 완성된다. 윤형근은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다시금 크게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아트바젤홍콩, KIAF 등 국내외 주요 페어 및 각종 옥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홍콩 M+미술관도 그의 작품을 소장품으로 구입한 바 있다. PKM갤러리 대표 박경미는 “서구에서 인문주의의 허무함이 해결하지 못하는 순수한 정신성에 대한 갈증을 윤형근 작업에서 해소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한 윤형근 작품의 매력으로 한국 문인화의 전통이 반영된 점을 들었다. 화려한 색과 형상을 멀리하고, 사색과 명상을 통해 자유롭고 풍성한 감성의 차원을 열어 놓았다는 것. 그는 먹과 한지 대신에 리넨(혹은 코튼) 위에 유화 물감이라는 현대적 재료를 사용하고, 대형 캔버스를 활용해 스케일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동시대성 또한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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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팔판동에재개관한PKM갤러리외관

갤러리는 개관 특별전에 맞춰 윤형근의 40여 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총망라한 영문화집을 함께 발간했다. 작품뿐만 아니라 1970년대 아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담은 사적인 사진, 1990년대 친분을 쌓았던 도널드 저드(Donald Judd)와 함께 자리한 모습 등 지금까지 접하기 어려웠던 자료도 한가득 담았다. PKM갤러리는 향후 윤형근의 카탈로그레조네(전작 도록)도 준비하고 있다. 2년 후 출간을 목표로 현재 갤러리가 소장한 작품을 촬영하고 있고, 각기 다른 소장자들에게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 박경미 대표는 이번 윤형근 전시가 “재개관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걸맞은 작가”라며 “아트마켓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명예를 걸고 유작 관리를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PKM갤러리는 연내 대형 스케일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5월에는 존 발데사리, 7월부터 연말까지 토비 지글러, 이불, 카르스텐 횔러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둘러싼 삼청동 ‘문화 벨트’ 대열에 합류한 PKM갤러리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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