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Interface, Action, Museum
2015 / 07 / 06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소통의 공간을 열다
풍-덩! Interface, Action, Museum展 7. 4~9. 2 블루메미술관(http://www.bmo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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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Slide〉 설치 전경 2015 인터랙티브 이미지 맵핑 미끄럼틀
바람조차 일순간 멈춘 듯한 적막한 풍경에 인적 없는 저택과 푸른색 수영장이 보인다. 고요함을 깨버린 것은 사방으로 튀는 하얀 물보라. 다이빙대 근처에서 물보라가 발생한 것을 보니 방금 막 누군가가 다이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A Bigger Splash〉(1967)의 한 장면으로 이 작품명은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릴 〈풍-덩! Interface, Action, Museum〉전 제목의 출발점이 됐다. 이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상호작용성에 주목해 관객과 미술관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마치 호크니의 그림에서 누군가가 수영장에 ‘풍덩’ 빠진 순간 물보라가 즉각 일어났듯이, 미술관은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주고 관객 또한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상호작용적인 관계를 모색한다. 이화여대 ‘디지털에듀테인먼트랩’이 참여했으며, ‘미디어플로우’가 기술 후원을 했다. 디지털에듀테인먼트랩은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영상디자인전공에 있는 단체로 김원희 서정아 이현정 이혜로 정승민 등이 소속돼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워크 그룹인 미디어플로우는 미디어와 기술의 만남을 주도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미디어 연구에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전시에는 디지털에듀테인먼트랩에 소속된 여러 작가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신작 12점이 출품된다. OVO의 〈Water Drops〉(2015)는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든 관객이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파장이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돼 물방울 모양의 빛이 생겨나는 작품이다. 비오는 날 웅덩이를 밟으며 뛰어노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정주아의 〈Can U do this?〉(2015)는 관객이 화면 안의 캐릭터가 취하는 동작을 따라하는 게임인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동작이 점점 어려워져 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유도한다. 신체와 그림자의 역할이 바뀐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액트큐브(ActCube)의 〈Roll a Ball〉(2015)에서는 짐볼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수놓아지며, 정민승의 〈빙글빙글〉(2015)에서는 원하는 색상의 팽이를 선택하고 돌리면 그 색깔대로 동그란 이미지가 생겨난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감각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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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 〈디지털 1234〉 설치 전경 2015
이 전시는 백순실미술관이 블루메미술관으로 개칭한 뒤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다. 블루메미술관은 ‘미술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올 한 해 3개의 전시를 준비하며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먼저, 첫 번째 전시였던 〈회화-세상을 향한 모든 창들〉(4. 4~6. 21)에서는 박진아 하지훈 허수영 등 20~40대 회화 작가 36명의 작품을 통해서 미술관의 물리적 조건인 ‘벽’에 대해 사유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경험’을 화두로 삼는다. 군사분계선 접경 지역인 파주에 위치한 미술관의 지리적 특수성까지 염두에 두며 인터페이스로서의 미술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인간 본연의 소통 방식을 새롭게 재현하고 재발견하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관객에게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재고한다. 미디어를 활용한 체험은 일차적으로 흥미를 끄는 요소에서 끝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를 이해하는 긍정적인 소통의 고리로 확장된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객에게는 미디어아트가 가진 소통의 구조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기회를 줄 수 있으며, 지역 주민에게는 테마파크나 도서관과는 구별되는 미술관의 역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곳에 왜 미술관이 필요한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