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展
2015 / 08 / 04
붓으로 그린 ‘성스러운 빛’
박현주展 8. 26~9. 10 아트사이드갤러리(http://www.artsid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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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Monad 10> 혼합재료 12×30×13cm 2015
회화, 사진, 설치 작품 등을 막론하고 ‘빛’은 오랫동안 많은 작가에게 연구 대상이었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입체감을 살리거나 공간을 빛으로 가득 채워 숭고미를 자아내는 등 빛은 여러 작가에게 탁월한 표현 소재로서 사랑 받아 왔다. 박현주는 오랫동안 빛 자체를 주제로 삼은 작업을 해 온 작가다. 도쿄예술대학 재학 중 유화재료기법연구소에서 프라 안젤리코의 성상화를 모사하면서 금박 기법을 배운 후 템페라와 금박, 아크릴 지지체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보이는 빛의 환영을 평면 공간 위에 불러일으켰다. 사각형의 패널에 아크릴을 바르고 측면에 금박을 입혀 일정한 크기의 입체를 만드는데, 그 균일한 두께가 벽에서 돌출된 듯한 착시를 만든다. 이번 개인전 〈빛의 모나드〉는 작가가 작년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서 선보인 〈빛을 쌓다〉전 이후 1년 만에 여는 전시다.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주제어 ‘모나드’는 어떤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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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Monad 1-1> 20×58×15cm 2015
‘모나드’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 실체로서 우주의 일체 사상을 표출하는 비물질적인 생명 활동의 원리”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가장 핵심적인 작업은 오브제를 이용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이는 이전까지 병행해 온 평면 작업보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오브제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표출한다. 대표 출품작인 〈Nirvana〉(2015)는 패널로 제작한 72개의 오브제를 벽면에 격자 형태로 배열하고 스펀지 롤러를 이용해 몽환적인 파스텔 계열 색채로 그라데이션 효과를 낸 작품이다. 금박의 소재에서 벗어나 은은한 색조를 사용해 온화한 느낌을 전달하고 빛의 퍼지는 듯한 착시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동그란 형태의 오브제 표면을 알록달록한 색종이 느낌의 색감으로 칠한 〈Light monad(R) 7-1〉(2015)은 마치 노을이나 오로라의 한 장면 같다. 반면, 〈Light Monad 4〉(2015)나 〈Light Monad 8〉(2015)에서는 기하학적 문양을 여러 가지 선명한 색상으로 채색해 명료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가는 우리의 삶이 ‘미지의 세계를 쫓아가는 빛의 시각적 환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며, 이러한 세계를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정신, 입체와 평면, 수직과 수평, 사각과 원 등 서로 모순되고 대비되는 요소들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세계”로 상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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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vana 1-2> 혼합재료 120×240×12cm 2015
작가는 빛을 중심 주제로 삼아 작업하지만 LED 전등이나 전구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작업 재료도 패널과 아크릴 등 채색 도구가 전부다. 종교적 성격이 깃든 템페라화의 성스러운 빛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시작한 만큼, 인공적으로 화려한 빛보다는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빛의 표현을 의도한다. 패널 측면에 입힌 금박이 거울 역할을 해 측면끼리 반사를 일으키며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는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는 신비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일체의 번뇌를 해탈한 불교의 최고 경지’를 뜻하는 용어 ‘니르바나(nirvana)’ 역시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며 작가가 추구하려는 세계관을 암시한다. 미술평론가 변종길은 ‘빛의 모나드’를 “자신만의 빛의 세계로 끌어 낸 영원(永遠)의 투영”으로 보며,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신작을 두고 “한곳에 머물지 않는 빛처럼 언제나 자기 변신을 꾀하는 박현주 작가의 섬세한 지각이 발현하는 또 다른 빛의 아우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