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아트시티 9월 개막
2015 / 09 / 06
회색 신도시, 공공미술로 빛나다
송도아트시티 9월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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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에서 선보이는 소규모 비엔날레나 다름없어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 〈송도아트시티〉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종, 송도, 청라 등 3개 신도시로 구성된 인천경제자유구역 중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자리 잡고 있는 송도의 센트럴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기자와 동행했던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 실무관 정인희는 〈송도아트시티〉가 단순히 조각 공원 형식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동시대 공공미술의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2014년 회계에서 출자한 예산 8억여 원으로 마련됐으며, 지난 2014년 8월 공모를 거쳐 선정된 시행사 ‘더 톤(THE TON)’의 프로젝트를 올해 9월 대중에 공개한다. 출품작은 노해율, 리처드 우즈(Richard Woods), 신타 탄트라(Sinta Tantra), 에이브 로저스(Ab Rogers), 이명호, 정현, 천대광, 한경우 등의 작품 10점이다. ‘아트/액트(ART/ACT) 송도’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콘셉트처럼, 정적인 작품보다는 도시에 활력의 이미지를 입히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서해의 물을 끌어다 만든 물길을 따라 한 시간 가량 공원을 거닐면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민트 빛 회색과 경쾌한 레몬색의 어긋난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도장된 수상택시와 선착장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 디자이너 겸 작가 에이브 로저스의 〈대즐(Dazzle)〉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미 해군에서 유행했던 군함 위장 도장술 ‘대즐 카모플라주’를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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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자라나는 조각〉 철골조, 스테인리스 판, 흰색 페인트 가변크기 2015
한편 1950년대 영국 서민 주택에 사용됐던 ‘가짜 튜더(Mock Tudor)’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2009년 청담동 MCM 사옥, 2010년 서초동 아트클럽1563 등 건물 외벽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디자인했던 영국 작가 리처드 우즈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송도의 인천시립박물관 외벽에 〈더 송도 튜더스〉를 선보인다. 한국 작가들은 각자 꾸준히 추구해 온 작업세계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매체와 규모로 전환한 작품들을 설치했다. 시지각과 관점의 차이에 주목해 왔던 작가 한경우는 공원 바닥에 콘크리트와 흰 시멘트로 42×13.3m 규모의 대형 구조물 〈큐브〉를 조성했다. 높낮이, 굴절도가 다른 3개의 입체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공중에서 보면 모두 똑같은 정육면체로 보인다. 자연풍경 속 나무 뒤에 캔버스를 덧대 사진으로 촬영해 온 작가 이명호는 공원에 있는 나무 세 그루 뒤에 캔버스 같은 하얀 철제 구조물을 설치해 나무가 성장하면서 그 크기가 변경되어 가는 〈자라나는 조각〉을 설치했다. 300만 인구의 인천은 서울,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지만 시립미술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장기 프로젝트를 꿈꾸며 첫 선을 보이는 〈송도아트시티〉를 시작으로 지역 미술 정책에 큰 힘이 실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