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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용展

2015/09/06

내면으로 침잠하는 경쾌한 물줄기
송필용展 8. 8~10. 11 광주시립미술관 (http://www.artmuse.gwangju.go.kr/index.do?S=S26)상록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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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앞에작가송필용

올해 여름이 누군가에겐 덥고 힘들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맘껏 즐기지 못해 아쉬운 계절로 남을 수 있다. 이제 곧 성큼 다가올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푸르른 여름을 느끼고 싶다면 광주시립미술관으로 떠나 보자. 8월 8일부터 10월 1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중견 작가 초대전으로 송필용의 〈청류〉가 열리고 있다. 유화 63점이 출품됐으며 9월 30일에는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이 행사에서는 참석자 전원에게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도록이 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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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옥류〉캔버스에유채130.3×227.3cm2003

1980년대 광주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사회의 아픔을 몸소 느끼기 위해 국토답사를 떠나고 ‘땅의 역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 송필용은 광주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가다. 국토답사를 떠나며 마주친 시냇물과 그 물길이 만든 강과 폭포, 바다가 그림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청류〉라는 시리즈의 제목에 걸맞게 그림에는 파란색과 녹색이 주로 사용되며 하얀색 물감을 위에서 아래로 뚝뚝 떨어트리듯이 흘려 물이 흐르는 느낌을 실감나게 살렸다. 캔버스의 세로 길이가 거의 3m에 달하는 그림과 마주하면 흡사 폭포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작가는 “물은 곧 생명의 근원이고 사유의 흐름이다. 물을 연구하고 그린다는 것은 풍경을 재현하는 내용보다는 물의 깊은 뜻을 담아 본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한다. 〈청류〉를 보면 단지 시각적으로 시원할 뿐만 아니라 ‘물’이라는 존재에 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기에 우리는 종종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거대한 호수나 폭포를 보면서 자연의 압도적인 경관에서 숭고미를 느끼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송필용의 그림도 범람하는 물줄기를 통해 관객에게 관람 이상의 깊은 사유를 시도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청류〉 시리즈에는 경쾌한 물줄기의 향연이 돋보이는 반면, 밤바다를 그린 〈검은 바다〉(2014)에는 우울함을 넘어서 타나토스적인 분위기마저 감돈다. 먹구름 낀 하늘보다 더 시커먼 색의 바다에는 하얀 파도만 일렁일 뿐 다른 존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대면할 때처럼 하염없이 그림만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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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류-푸른순환〉캔버스에유채181.8×259cm2015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그의 바다와 폭포 그림은 대상에 대한 충실한 재현이 목표가 아니라 그 대상 너머에 있는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고 평가했듯이 작가는 자연 환경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의식 내부로 침잠해 들어간다. 젊은 시절 스스로 국토답사를 결심하고 떠나면서 느꼈을 반성이나 깨달음이 그림에 저절로 반영된 것이다. 작가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복적인 붓질이 만든 두꺼운 물감층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물감을 계속 쌓고 또 쌓는 행위는 내면의 수행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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