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2015 / 09 / 06
문화예술 지원, 거점기관으로 부상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 선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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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사업 활동에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전통적인 지원 기관으로 군림해 왔던 문화예술위원회가 지역자치단체의 문화재단으로 사업이 이관 분산되어 그 힘이 줄어든 지도 오래다. 상대적으로 예경의 활동이 최근 3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특히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 발언’의 후속 조치로 시각예술 분야의 사업이 대거 신설됐다. 당연히 예산과 인력도 크게 늘어났다. 마침 지난 3월 예경의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김선영(金鮮榮, 51). 문화산업 분야 해외시장 진출 및 컨설팅, 교육 사업 등을 추진한 경험과 문화예술 분야 간 제휴 및 융합 역량을 높이 평가받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임기는 3년. 김선영 대표를 만나 시각예술 분야에 초점을 맞춰 예경의 경영 방향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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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인바운드 프로그램?몬드리안재단 오리엔테이션 트립’ 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현장 소개 장면 2015
Art 시각예술 분야에서 김대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그동안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떤 관련 활동을 펼쳤는가?
KIM 건축을 전공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PD 공부를 해서 졸업하던 해 5월 EBS 기획제작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전통예술, 미술, 공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19년 동안 방송 일을 하면서 콘텐츠 ‘가공’보다는 콘텐츠의 근원인 예술 쪽 일을 하고 싶었다. 2012년에 중앙대 예술대학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Art 예경이 2006년에 출범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관의 정체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KIM 원래 공연 기반에서 출발했다. 서울아트마켓사무국과 전문예술법인단체 평가센터가 전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중에 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경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들 한다. 중복 기능이 있어 한때 3개 기관의 통합안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 지원이 중점 사업이고, 예경은 예술 유통의 활성화와 예술단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이 미션이다. 예술 현장의 자생력 제고, 경쟁력 있는 예술 단체,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예술을 지향한다.
Art 예경 대표를 맡은 소감은?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인지?
KIM 첫째, 현장 중심의 사업을 중시할 것이다. 둘째, 예경의 미션에서 밝혔듯이 문화예술 산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예술 산업의 유통이란 판매, 소비, 향유와 밀접하다. 예술가, 단체들의 판매, 시장 개척, 산업화에 예경이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산업이란 정량적 성과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예술 산업이 해외에 진출했을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몇 점을, 얼마를 팔았는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 다음에 전략이 무엇인지를 프로그램화해 문화예술 산업을 리드해야 한다. 셋째,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의 균형 잡기다. 올해 예경의 연간 예산이 180억 원에 이른다. 이중 시각예술 분야에 할당된 예산은 53억 원이다. 시각예술 분야 예산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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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아트마켓 쇼케이스 중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아가페〉 공연 장면 2014
Art 근자에 예경이 시각예술 분야에서 부각된 것은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의 영향이 대단히 큰 것 같다. 일본의 국제교류기금 (The Japan Foundation) 같은 기관의 경우, 인력 파견 및 초청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리서치 프로그램 지원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창작 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미술계의 이론가, 큐레이터들의 해외 리서치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국제 교류란 역시 사람 간의 네트워크, 채널이 중요하지 않은가.
KIM 프로젝트 비아는 한국미술의 국제 진출과 교류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각예술 분야의 실무 경력 5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로 3년째다. 단기 조사연구지원(리서치 트립)은 항공과 숙박 비용을 지원한다. 매년 30~40명씩 선정해 파견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100여 명에 이른다.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의 연속성을 꾀하고 있다. 이게 ‘파일럿 프로젝트 지원’이다. 펠로우십 지원은 3~6개월간 해외 기관을 방문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작년에 2명, 올해 1명을 선정했다. 이젠 리서치의 성과를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예경의 방향에 맞게 파견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따라 프로젝트 비아의 대상자 선정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Art 올해 신규 사업으로 ‘시각예술 도록 자료 번역 지원’ ‘미술품 감정기반 구축’ 사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사업은 미술 분야에서 대단히 절실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적 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지 않았던 터라, 많은 관계자들이 환영의 박수를 치고 있다. 산업, 시장 기반이라는 단서가 따라붙긴 하지만, 실상은 이론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라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KIM ‘도록 번역’ 지원은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미술품 감정기반 구축’ 사업 중에는 기존의 감정인력 양성과 함께 올해부터 전작도록 발간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작고작가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원로작가 디지털 자료집 제작 지원 사업을 실행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이 연구자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 작가뿐만 아니라 이론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다. 처음 실행하는 사업이라 사업 결과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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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아트마켓 부스 전경 2014
Art 그 밖에 미술시장 관련 사업이 많다.
KIM 2009년부터 한국 미술시장의 실태를 직접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출간했다. 문화예술의 산업화 전략을 위해서는 정량적 지표가 필요하다. 앞으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분석도 필요하다. 국내 미술품 가격 등 거래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는데, 가격 문제라 민감한 부분이 많다. 또 작가들이 스스로 작품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전시장, 공공시설, 유휴시설, 문화예술거리 등에 미술장터를 개설할 때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호응이 크다.
Art 사업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성과 또한 중요하다.
KIM 그 밖에도 사립미술관 문화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 예경의 사업이 아주 많다. 모든 사업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