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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호展

2015/10/07

홍콩의 옛 거리, 빛으로 되살리다
판호展 9. 18~11. 22 신세계갤러리 본점(http://www.shinsegae.com/culture/gallery/displayinfo/displayinfo_list_imagetype.jsp?store_cd=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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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호〈SunRays〉흑백사진50×70cm1959

흑백사진은 컬러사진 못지않게 다채롭다. 컬러사진에 다양한 종류의 총천연색이 있다면, 흑백사진에서는 다양한 농도의 무채색을 통해 피사체가 극적으로 노출된다. 가장 짙은 어둠과 밝은 빛 사이의 광대한 스펙트럼이 흑백사진을 다채롭게 만든다. 중국 출신 사진작가 판호 역시 빛을 중심으로 피사체를 여러 구도에서 다루면서 ‘화려한’ 흑백사진을 찍는다. 1931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판호는 13살 때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카메라를 받으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8살 때 가족과 함께 이주한 홍콩은 이후 그가 찍는 사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한적한 뒷골목부터 번잡한 시장의 모습까지 도시 곳곳을 카메라로 기록했다. 판호는 찍고 싶은 장소를 발견하면 밤낮으로 여러 차례 방문하고 그 장소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시간대에 사진을 찍는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어린 시절 필름을 아끼기 위해서였지만 이 신중한 준비 절차가 판호의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는 또한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진작가로서 현재까지 300여 회의 전시를 개최했고, 미국사진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세계 10대 사진가에 1958년부터 1965년까지 총 8회 선정된 바 있으며 2012년부터 3회 연속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사진뿐 아니라 영화도 제작한다. 35년간 영화감독을 병행하며 27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이외에도 홍콩 오스카영화제, 타이완 골든호스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판호가 9월 1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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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호〈ApproachingShadow〉흑백사진70×50cm1954

〈Hong Kong 1950s~1960s〉를 부제로 단 이번 전시에는 판호의 사진작품 총 27점이 출품된다. 여든 살이 넘은 작가가 20대 시절 찍었던 홍콩의 옛 시절을 보여 준다. 1950~60년대 홍콩은 격변의 시대를 겪었다. 1941~45년 일본의 식민통치에 시달렸고 1945년 영국이 다시 식민지 지배권을 회복한 후에는 잠시 나아졌다가 1949년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면서 엄청난 수의 인구가 홍콩으로 이주해 왔는데 그들의 값싼 노동력은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판호의 사진에 시장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당시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판호는 그들의 모습을 단순히 기록의 측면에서만 다루기보다는 구도를 정교하게 계산하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공사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딛고 일하는 두 명의 노동자를 찍은 〈Bamboo Men〉은 사진의 구도를 사선으로 잡음으로써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론 서커스 단원들이 묘기를 부리는 듯한 흥미진진한 상황을 보여 준다. 묵직한 짐을 매단 지게를 지고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을 찍은 〈Sun Rays〉는 ‘<’ 모양으로 엇갈린 계단과 오른쪽 화면에서 들어오는 빛이 이와 똑같은 형상으로 계단의 그림자를 만들면서 빛을 받고 있는 사람이 강조된다. 판호의 사진에는 유독 세로축이 두드러지는 장면이 많다. 한 사람이 벽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세로로 잡은 〈Approaching Shadow〉는 사람이 기대고 있는 벽의 세로축과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밝음과 어두움이 대각선으로 극명하게 나눠지면서 전체적인 구도가 거대한 직각삼각형, 직사각형 덩어리로 구분된다. 피사체가 극히 적은 사진이지만 오로지 빛과 어둠만 이용함으로써 압도적인 힘을 형성한다. 더불어 홀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사람의 쓸쓸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중대한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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