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양만치(Liang Manqi)
색채의 기하학
양만치(Liang Man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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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Time Tunnel> 2015_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전경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양만치는 1980년대 출생한 중국 젊은이를 가리키는 ‘빠링허우(八零后)’ 세대의 신예 스타 작가군 중에서 유일한 여성 작가다. 이 세대는 문화혁명 이후 개혁 개방의 수혜를 입고 자라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정치적 이슈보다 내면의 관심사를 좇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며 최근 중국 아트씬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양만치 또한 회화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형상화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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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Platform> 2014_원저우 No. 3 HOUSE 개인전 전경
2차원의 회화뿐 아니라 공간을 가로지르며 붓을 놀리는 3차원적 회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자신이 활동하는 항저우 지역에 진정한 의미의 현대미술 전시공간이 없다고 여긴 양만치는 ‘케이트의 공간’이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이름을 알렸다. 작가의 영어 이름인 ‘케이트’를 붙인 이 프로젝트는 임의의 공간에서 느낀 감정을 바로 그 공간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친구의 집처럼 사적인 공간에서 출발해 중국 곳곳으로 확장됐다. 이 작업은 기하학적 색면들이 캔버스를 넘어 벽면, 바닥 등 공간 전체로 확장하는 형태를 띤다. 작가는 “화면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공간에 대한 생각이 점점 나에 대한 자각으로 회귀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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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 캔버스에 유채 204×140cm 2015
이번 서울 개인전은 이러한 경향이 심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전시의 제목인 ‘컬러메트리(Colometry)’에서 색채(color)는 작가의 감정을, 기하학(geometry)은 작가의 이성을 상징한다. 전시는 작업대 위의 사물을 평면화해 그린 <Pot>과 <Globe>, 단순화된 사물이 외부로 확산되는 모습을 그린 <Taihu Stone>, 공간의 경계를 형상화한 <Between Transparent Glass and Color Door> 등 크게 세 종류의 회화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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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 7> 2013_항저우 반얀아트하우스 전시 전경
지하 1층 한쪽에 가벽을 세워 만든 공간 전체를 채운 <The End of Time Tunnel>는 이 세 가지 경향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랑, 연두, 주황으로 채워진 벽에 단순화된 사물을 그린 그림을 걸었다. 이 공간의 중앙에 위치한 체스판 형태의 낮은 좌대 위에는 작가가 회화 작업에 앞서 ‘모형’으로 제작한 석고 모형을 설치했다. 이 모형은 자칫 개념적으로만 해석할 수 있는 작품에 배어 있는 즉흥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동시에, 회화 위의 촉각적인 질감을 형상화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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