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지엔화의 ‘도자기 설치미술’, 독일에 떴다
2015 / 10 / 21
리우 지엔화의 ‘도자기 설치미술’, 독일에 떴다
China 8: 예술의 패러다임展 5. 15~9. 15 독일 하겐 오스트하우스뮤지엄(http://www.osthausmuseum.de/web/de/ke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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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12
지난 9월 독일 하겐의 오스트하우스뮤지엄에서 <China 8:예술의 패러다임>전이 막을 내렸다. 루르강과 라인강을 끼고 있는 8개 도시 소속 9개 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 각각의 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한 중국 작가 기획전이다. 총 120명의 작가가 참여해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 대규모 전시. ‘설치와 오브제 미술’이라는 전시 부제와 같이, 바이올린, 콜라병, 새장 등의 일상 용품들이 본래의 용도와는 달리 글로벌리즘, 자유, 자본주의 등의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전환된 점이 흥미롭다. 이는 미술 속 패러다임의 전환은 물론, 우리가 일상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는 데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전통 방식을 따라 만든 도자기를 활용한 설치 작품을 출품한 리우 지엔화(Liu Jianhua, 1962~)를 만나 출품작 속 숨겨진 의미를 물었다. / 변지수(뒤셀도르프 통신원)
변 하얀색 종이처럼 보이는 도자기 오브제들을 벽면에 설치한 <Blank Paper>(2009)나, 가로로 일직선이 그어진 동그란 도자기 접시를 나란히 걸어서 마치 하나의 선을 이룬 것처럼 연출한<Untitled>(2012)는 도자기로 선의 섬세한 형태와 느낌을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은?
―두 작품 모두 전통적인 도자기 작업 방식을 따라 만들었다. <Blank Paper>의 경우 비슷해 보이는 각각의 오브제의 표면 위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들에 주목했다. 이것이 사람의 감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 세밀한 변화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관객이 이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끼고, 이 빈 종이 위에 자신들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길 바랐다. <Untitled>의 경우, 당시에는 마치 수행을 하는 것처럼 매일 하나의 선을 한 개의 도자기 위에 그렸다. 이러한 단순한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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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iner Series〉 2010~2012
변 한편, <Container>(2009)에서는 바닥 위에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들을 설치했다. 피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붉은 색의 액체가 도자기를 채우고 있다. 도자기의 각기 다른 형태와 붉은색 액체가 가지는 의미는?
―도자기의 형태는 송대의 도자기를 따라 만든 것이다. 송대의 도자기에 깃든 정신과 아름다움을 현대인들이 다시 한 번 느끼게 하고 싶었다. 도자기들을 바닥에 놓아, 관객들이 도자기를 바라볼 때 작품에 깃든 전통이나 시간에 대한 거리를 좁히기를 바랐다. 도자기 속에 붉은 액체를 발라 둔 것은 관객들이 이 사물에 감정적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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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2014
변 오브제 설치 작업 <Square>(2014)의 경우 전시 장소에 따라 설치 방식이 달라졌다. 베이징 페이스갤러리 전시 때는 도자기로 만든 금색 오브제가 전시장 바닥 전체에 흩어지도록 설치한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검은색 철판 조각 수십 개 위에 작품을 올려놓았다. 여기에서 철과 도자기라는 상이한 소재의 만남은 이전 설치 때와 또 다른 맥락을 형성하는 것인가? 또한 이 철판은 칼 앙드레의 동명의 작업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작품에서 동양적인 정신을 추구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칼 안드레의 작업과는 외관상 유사할 뿐이다. 작품은 검은색 철판과 금색으로 칠한 물방울 형태의 도자기가 빚는 대조적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철이 차가운 느낌을 주는 반면, 이 금빛 액체는 소유욕, 화려하고 부유한 느낌과 연관된다. 하지만, 철과 도자기는 불에 의해 변형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편 벽면에는 금색을 입힌 황금색 도자기 막대들이 설치되어 돌아가고 있는데, 이는 금색이 상징하는 욕망과 이를 추종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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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을 들고 서 있는 리우 지엔화(Liu Jianhua, 1962~)
변 같은 작품이라도 주어진 전시장 공간에 따라 다르게 설치하는 등,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각각의 작업이 공간과 어떠한 식으로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초기 작업 <Colored Sculpture–Merriment>(1999~2000)와 <Colored Sculpture–Memory of Infatuation>(1997~1999)에서부터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결국 관객이 작품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새롭고 다양한 설치 방식을 통해 관객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