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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강서경

2015/11/01

오브제와의 ‘핑퐁 게임’
강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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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55×40(BOLD)〉54×65×100cm2015

두 사람이 서로 대면하고 경기하는 탁구에서는 사람의 물리적 힘이 공의 위치와 경기의 형태를 결정한다. 탁구를 안정적으로 더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공을 치기보다는 상대편의 움직임을 읽고 경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서경은 오브제와 ‘탁구 치듯’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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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창작레지던시<느낌의공동체>전시전경2014

첫 개인전 제목이기도 한 〈Grandmother Tower〉 연작은 수집한 오브제에 채색하거나 색실로 감고 탑처럼 쌓아 올린 작품이다. 새 옷을 갈아입은 오브제들은 별도의 묶음 장치 없이 서로의 마찰만으로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때 작가는 탑이 쌓일 수 있는 미묘한 각도를 측정하며 그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지속해서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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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55×40(BOLD)〉캔버스에장지,과슈55×40×12cm2015

〈Mora〉는 캔버스에 규칙적인 패턴으로 과슈를 칠한 회화 연작이다. 언어의 최소 음절 단위를 뜻하는 개념 ‘모라’에서 따온 것으로 〈Mora〉 역시 작가가 작업하는 캔버스 사이즈의 최소 단위인 ‘55×40cm’를 기준으로 삼는다. 캔버스를 바닥에 수평으로 눕혀 탑을 쌓듯이 물감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작품에는 파스텔 톤의 물감이 다채롭게 사용됐는데 색상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붓질이 구축해 낸 패턴이 서로 잘 조응한다. 예컨대 푸른색, 분홍색 등 밝은 색상은 대체로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붓으로 채색된 반면, 고동색처럼 채도가 낮은 색상의 경우 두꺼운 붓으로 침착하게 패턴을 기록한 흔적이 있다. 개별적인 원색이 만나 중간의 새로운 빛을 창출하는 파스텔 톤 색상은 작가가 추구하는 ‘조화로운 균형의 상태’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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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55×40(BOLD)〉캔버스에장지,과슈55×40×12cm2015

한편 〈Mora〉는 프레임 연작 〈정井〉과 합체되기도 한다. 〈정井〉은 세종이 창안한 동양식 악보 ‘정간보’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연작이 모일수록 사각형 프레임이 점차 밖으로 확장된다. 정간보에 음의 길이와 높낮이가 나타난 것처럼 〈정井〉에서는 ‘시각적 악보’가 드러난다. 〈Mora〉와 만나 마치 한 작품처럼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새로운 리듬을 생성한다. 작가는 “불완전한 형태들의 낡은 미끄러짐, 느린 움직임, 낡은 생각과 작은 파편적 모순들이 모여 서로 불균형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칸칸을 이루며 합주를 이루어 나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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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개인전〈발과달〉전시전경2015시청각

최근 시청각에서 개최한 개인전 〈발과 달〉에서는 〈정井〉을 포함한 여러 설치 작품을 사용해 벌인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한 〈검은 아래 색 달〉을 선보였다. 화면 양쪽에서 각각 움직이는 고령의 퍼포머 2명은 그들의 신체 리듬에 따라 천천히 오브제를 다루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설치 작품의 오브제들이 고정적으로 접합되지 않아 동일한 제목 아래, 만났다가 헤어져 각자 또 다른 작품이 되는 상황과 상통한다. ‘발과 달’은 작가가 작업하면서 신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을 ‘발’, 높은 곳을 ‘달’로 상정한 개념이다. 시청각에서 가장 낮은 곳을 선별해 의자를 만든 〈다리 밑-멈춤〉은 관객에게 시청각의 ‘발’에서 ‘달’을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업하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발굴하지 않고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사건을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연결하는 작가의 몸은 딱 ‘발과 달’의 거리 안에서만 활동한다. 적당히 가닿을 수 있는 만큼만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강서경이 ‘핑’하면 오브제는 ‘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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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1977년서울출생.이화여대동대학원동양화과,영국왕립예술학교회화과졸업.스페이스캔(2013),갤러리팩토리(2013),시청각(2015)에서개인전개최.〈뮤즈의속삭임〉(아트선재센터,2012),〈오늘의살롱〉(커먼센터,2014),〈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하이트컬렉션,2015)참여.SeMA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4)입주작가.영국블룸버그뉴컨템포러리스(2012),송은미술대상우수상(2013)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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