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장종완
뒤틀린 지상낙원
장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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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rd garden〉 캔버스에 유채 91×61cm 2013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무엇일까? 그 미래가 도래하기는 할까? 아니, 아직도 그런 유토피아를 망상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다양한 인종 성 종교 문화 역사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하면서 조금씩 그 미래상에 다가가는 것 같지만, 불현듯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현실을 마주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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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s hand〉 리넨에 유채 2015
사고, 충돌, 분쟁으로 가득한 뉴스를 접하는 데 익숙한 현대인의 눈에 작가 장종완의 화면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파스텔 톤의 색연필 드로잉이나 사이키델릭한 형광색으로 가득한 유화 작품을 뒤덮은 몽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색조는 관객을 ‘저 너머’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그 화면 안에는 각기 다른 인종, 성별, 연령의 사람들과 갖가지 동물이 마법 같은 자연 풍경 속에서 함께 어울리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이 ‘어색한 화목함’은 나른한 일요일 아침에 현관문을 두들기며 선교 활동을 하던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종교 선전물, 온 동지가 힘을 모아 하나의 완벽한 국가를 건설하도록 북돋는 사회주의 국가의 선전 포스터, 누구의 눈에도 거슬리지 않도록 가장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모아 놓은 이른바 ‘달력 그림’ 등에서 추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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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eird signal〉 소가죽에 유채 240×200cm 2012
작가는 가장 행복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착안해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어린 시절을 울산에서 보냈던 그는 첨단 중공업 도시에 몰려든 세계 각지의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과 거대한 기업이 마치 독재자처럼 도시 전체를 장악한 풍경이 겹쳐진 울산의 양면성에 호기심을 느꼈다. 장종완은 현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기보다는 ‘기록’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그려 나간다”고 말한다. ‘낙원’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각종 종교화를 수집해 왔다. 각기 다른 절대자와 교리를 마음에 품고 나름의 이상향을 좇는 종교는 작가가 국내 지방 곳곳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사진 속 ‘증평군 인삼 캐릭터 동상’ ‘도봉마을 고구마 동상’ ‘양양 해수욕장 버섯 등대’ 등 우스꽝스럽고 키치적인 조형물만큼이나 대상에 권위를 부여하고 신격화한다. 더욱 각박해진 현실 때문인지 쉽게 우상을 믿고 따르는 현실은 그의 작품 속에서 희화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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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er of the Earth〉 캔버스에 유채 193×130cm 2010
초기작 〈The End of Pain〉(2009)에는 활짝 웃으며 식탁 앞에 앉은 흑인 소년과 여성, 백인 남성, 그리고 그 뒤편에서 교미하고 있는 사자와 호랑이, 저 멀리 산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십자가 등 모든 대상의 주변에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영롱한 후광이 발하고 있다. 숲속의 동물들을 현혹해 이종교배, 진화, 소멸시키는 마법의 돌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Weird Stone〉(2012)을 제작한 뒤 작가는 기존의 ‘콜라주된 낙원’ 이미지에서 서사적이고 연극적 요소가 강조된 ‘기이한 우화’로 작업을 옮겨 가고 있다. 그는 기증받거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죽은’ 동물의 가죽 안쪽에 그 동물이 가장 ‘행복’했을 때를 상상하며 그린 동물가죽 회화 시리즈를 조만간 한데 모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허망한 발상에 깃든 풍자적 웃음기는 어쩌면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유일한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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