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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양자주

2015/11/04

회화, 쌓고 또 부수기
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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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no.1〉캔버스에혼합재료227.3×162.1cm2015

돌이켜 보면 언제나 공사 중이었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옛것을 부수고 새마을(혹은 뉴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처럼 선전됐던 과거를 기억할 것이다. 공사 중인 건물 바깥으로 민망하게 드러난 철골 구조와 콘크리트 조각, 시멘트 더미를 익히 보았을 것이며, 곳곳에서 들리는 드릴의 굉음 역시 너무나 친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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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_WallSeriesno.3〉캔버스에혼합재료145.5×112cm2014

양자주는 이러한 재개발 현장에서 느낄 법한 감각을 캔버스에 담아 낸다. 〈Untitled no. 1〉은 즉흥적으로 고른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위에 시멘트를 붓고, 그것을 다시 긁어서 거친 질감을 내고, 그 위에 다시 에폭시를 붓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반복해 만든 것이다. 철저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쌓고 또 부수는’ 과정은 마구잡이로 진행한 난개발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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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2014:양자주,유목연,한재열3인전>2014스페이스K과천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붓질은 재개발 환경에 둘러싸여 자란 경험이나 재개발 현장에 직접 들어가 작업한 경험 등에서 느꼈던 작가의 감정들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찍이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얼굴> 연작에서는 인물의 얼굴 표정으로, <벽> 연작에서는 또렷한 형태의 드로잉으로 시각화한 바 있다. 그러나 추상화된 그림 위에서 돌아다니는 선들이야말로 이 감정을 오히려 한층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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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주개인전<Reborn>2015갤러리신교

그는 지난 3월 갤러리신교에서 열린 개인전 <Reborn>에서 실제 재개발 현장에서 주워 온 각목, 철근 등의 오브제를 함께 배치해 그 사이에 걸린 그림들 역시 마치 버려진 오브제인 것처럼 연출했다. 이러한 장치는 개발 현장의 황량함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그림과 오브제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며 그림 속의 에너지가 그림 바깥까지 장악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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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eno.1〉철,벽돌,그림의잔해들2015

작가는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 손톱으로 긁거나 칼로 긁으며 내는 ‘소리’에도 주목한다. 뮤지션 하쿠선호(Haku Sunho)와 협업해 만든 <Canvas Instrument>(2013)는 캔버스 뒷면에 구멍을 뚫어 스프링을 달고, 그 끝에 플라스틱 컵을 연결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내는 소리와 진동이 스프링을 타고 컵 끝에 전달되면, 이 소리를 기타 앰프, 스피커를 사용해 증폭시킨다. 작가는 현재 부산의 철거촌 현장을 다니며 그곳의 주민과 교감하고 있다. 작품 속 개인적 감정의 에너지가 지역 주민들의 소회와 뒤엉켜 더욱 거대한 궤적을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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