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백현주
나와 너 사이, 기억의 재구성
백현주

〈관람차〉 비디오 4분 34초 2011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의 제11회 오픈스튜디오 <De-position>(11. 13~15)에서 백현주를 만났다. 웬만한 단편영화를 뛰어넘는 대형 스케일의 영상을 만드는 작가는 의외로 작은 체구에 크고 여린 눈망울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몸 안에는 초면에 기자의 속내를 털어놓아 버리게 될 만큼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숨어 있었다.

〈성북구 성북동〉 HD비디오 20분 23초 2014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의 구조를 대화, 몸짓, 의식을 통해 드러내고 싶다”는 그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협업이 필수적인) 영상 작업을 할 정도로 ‘사람’에 관심이 많다. 그의 영상 작품은 퍼포먼스를 담은 기록물이건, 극적 요소가 가미된 서사물이건 간에 작가가 설정한 특수한 상황이 배경으로 깔리고, 각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된다.

〈성북구 성북동〉 HD비디오 20분 23초 2014
<성북구 성북동>은 TV에서 익히 본 재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들이 연기하는 성북동 ‘재벌집’ 사모님은 근사한 저택에 모여 앉아 화려한 옷맵시를 뽐내거나 함께 꽃꽂이를 하면서 수다를 떤다. 이들은 일견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듯하지만, 이내 어디선가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며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광기어린 인물들로 탈바꿈한다. 이 이중적인 모습은 배우들과 성북동의 일반 주민들이 각각 상상한 성북동 부자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를 모아서 만든 것이다. 두 그룹이 ‘막장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다소 왜곡되게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를 연기와 대사를 통해 직접 재생산했다. 작가는 두 그룹의 공유 지점을 영상에 녹여 내는 에이전시(agency)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킨다.

〈Everything is borrowed〉 네온, 수지채널, 알루미늄 간판, 타이머 외 혼합재료 2013
또한 <친절한 영자씨>에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촬영한 지역 주민들의 기억에 의존하여 영화를 재연한다. 당시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고 촬영 때 본 몇몇 장면만을 알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그들의 공통된 기억은 ‘자신의 동네에서 영화를 찍었다는 자부심’으로 좁혀졌다. 결과물은 더 이상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것이 아닌, ‘개금2동의 현재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기억’의 총합이 됐다.

〈세포자살〉 혼합재료 5500×3800×3300cm 2015
한편, 작가는 <헬로!아티스트>전(아라리오뮤지엄 제주, 10. 10~2016. 1. 3)에 신작 <세포 자살>을 출품했다. 버려진 건축 자재를 한데 묶어 설치해 놓고 관객들이 작품을 재조립할 수 있게 했다. 각각의 오브제를 힘없는 개인에 빗대, 개인의 기억과 경험은 사회에서 언제든지 변형되고 해체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까꿍〉 네온사인 50×25cm 2010
관객은 ‘나’와 ‘너’의 기억과 생각을 능동적으로 개입시키며 만든 ‘역사’나 ‘현실’이, 사실은 ‘잘못’이고 ‘착각’일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