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손동현
전통 동양화법으로 그린 홍콩 배우의 초상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손동현
제15회 송은미술대상의 대상 수상자로 손동현이 선정됐다. 그는 제임스 본드, 배트맨, 슈렉 등 할리우드 영화 및 만화영화 주인공부터 코카콜라 등 동시대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아이콘을 전통 동양화 기법으로 재해석하며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2005년 데뷔한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데뷔 10여 년 만에 공식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부상으로 상금 2천만 원과 향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2016~17년 영국 델피나파운데이션 레지던시 지원 기회도 얻게 됐다.
수상작 <육협(六俠)>(2015) 연작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서예가 사혁(謝赫)이 동양화의 제작 원칙으로 제시한 ‘육법(六法)’을 높은 무공의 경지에 다다른 협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동시대 문화에서 영감받은 외모의 협객들은 각각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장만옥(<Master Spirit>), ‘골법용필(骨法用筆)’의 유덕화(<Master Bone Method>), ‘경영위치(經營位置)’의 장국영(<Master Division Planning>), ‘응물상형(應物象形)’의 양조위(<Master Correspondence>), ‘수류부채(隨類賦彩)’의 장화구(<Master Suitability>)다. 여섯 번째 협객은 ‘전이모사(傳移模寫)’의 특징을 담은 현대적 필치의 한자로 형상화했다(<The Transmission>). 고대 화론이 현대적 인물화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실제 작가에게 ‘육법’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선택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참조점일 뿐, 금과옥조는 아니다.” 그는 각각의 법칙이 추구하는 요소에 어울릴 법한 중국계 배우를 영화 ‘캐스팅’을 하듯 골랐다. 외모의 특징뿐 아니라 과거 필모그래피와 스타로서의 이미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작품 설치 방식에서는 동양적 소품과 표구 방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Master Spirit>에서 그림 속 인물이 들고 있는 부채를 그림 바깥쪽에 실제로 설치하고, <Master Suitability>에서 보통 동양화의 테두리를 꾸밀 때 쓰는 비단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테두리를 또 다른 비단으로 마감한 점 등이다. <Master Division Planning>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족자 그림으로 인물의 순간이동을 표현했는데, 이것을 두 벽에 드문드문 붙여 놓은 방식은 만화의 분할 컷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내게 주어진 전시공간을 하나의 화폭이라고 상상하며 설치했다”고 밝혔다. 손동현의 이번 수상은 작가의 작업 세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육협> 속 중국 배우들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그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도상을 절묘하게 혼합하는 작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가는 “좀 더 가까운 시점의 동양미술사를 건드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손동현은 1980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2010),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4), 갤러리2(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