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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허수영

2016/02/03

이미지의 퇴적층
허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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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sandong05〉캔버스에유채210×147cm2013

허수영의 수풀 그림에는 시간 순서대로 쌓은 이미지가 산더미처럼 퇴적돼 있다. 무심코 보면 한순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듯 보이는 〈Yangsandong 05〉는 내리던 눈이 잠시 머츰해진 겨울 숲의 한 장면을 담아 낸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겹의 물감이 무수한 층을 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위쪽에 그려진 멀리 물러나 있는 나무를 보면 가장 먼저 연녹색 잎의 나무가 희미하게 비치고, 그 위로 청록색 잎의 나무가, 그리고 그 위를 다시 희뿌연 물감이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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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sandong04〉(과정)캔버스에유채147×210cm2012~13

허수영은 이처럼 이미지를 겹겹이 쌓아 그리지만, 결국 최후에 그린 대상만이 가장 명확하게 보일 뿐이다.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을 이미지까지 그리는 작업 방식이 어쩌면 비효율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에 그려진 이미지는 캔버스에서 사라지지 않고 추후에 그려질 이미지의 밑바탕이 되어 그림에 질감과 깊이감을 더해 준다. 그의 그림에서 ‘시간’은 표현 주제라기보다는 물질이 쌓이다 보면 퇴적층이 만들어지듯이 작업 과정에서 저절로 생성되는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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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2〉캔버스에유채197×333cm2015

작업실을 구하기 위해 지방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여러 해 참여한 작가는 1년의 입주 기간 동안 레지던시 주변의 풍경을 사계절에 걸쳐 중첩해 그렸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는 풍경의 다양한 모습을 겹겹의 층으로 그리는 방식은 그가 머물고 있는 장소, 작가로서 현재 처해 있는 상황 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동시에 회화적 표현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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