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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백경호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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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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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가슴에품고〉캔버스에유채,스프레이162.2×130.3cm2011

가슴에 붉은 산을 품은 소년이 서 있다. 산 주위의 평화로운 초원은 이 소년을 둘러싼 어수선한 분위기와 대조된다. 소년의 불안한 표정과 경직된 자세는 그림에 긴장감을 더한다. 백경호의 〈너를 가슴에 품고〉(2011) 중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을 포함하여 작가의 초기 회화에는 붉은 산과 앳된 소년이 자주 등장한다. 재난이라도 발생한 듯 혼잡한 상황 가운데 소년은 마네킹처럼 서 있고, 저 멀리 붉은 산이 무심하게 솟아나 있다. 그에게 붉은 산은 어지러운 정세를 피해 도피하고 싶은 이상향일까, 혹은 급박한 현실에서도 잃고 싶지 않은 신념을 상징할까? 그러나 산은 섬뜩할 정도로 고요해서 아이소핑크로 만든 인공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백경호의 그림은 얼핏 산과 소년의 이야기를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상상하려고 할 때마다 소재들은 서로 무관하다는 듯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탄탄한 서사를 구축하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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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센터〈오토세이브:끝난것처럼보일때〉전시전경2015

이러한 서사의 ‘미끄러짐’은 작년 가을 선보인 개인전 〈Cast away〉(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5)에 출품한 신작 회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밍밍하고 심심한 맛〉(2015)에는 빨래 건조대 아래에 널브러진 옷, 냉면, 도로 풍경, 피카소의 그림 등이 혼재돼 있다. 같은 화면에 모여 있지만, 동일한 주제로 결속되기보다는 해안가에 밀려 온 난파된 뗏목 조각처럼 파편적이다. 작가는 어렴풋한 기억 및 심상의 구체적인 형상을 선택하거나, 또는 지인에게 리스트를 전달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도록 요청한다. 수집한 소재들은 작가의 직관에 따라 분류된 후 캔버스에 배치된다. 관객은 이미지끼리 짝을 지어 이야기를 창작하거나, 개별 이미지를 이루는 표현 방식을 관찰해 볼 수 있다. 구상적인 이미지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추상적인 도형, 색채, 붓질 등이 흥미로운 요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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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캔버스에유채,아크릴릭,연필127.7×55cm2012

한편, 소재의 의미적 ‘분리’ 현상은 캔버스의 물리적 ‘분절’로도 이어진다. 원과 직사각형 캔버스가 각기 얼굴과 몸통을 나타내는 〈사생아〉(2012)부터 얼굴 몸 팔다리를 모두 가진 〈모든, 함께, 변화〉(2011) 등은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를 사람 형상으로 조립하고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각 부분의 캔버스는 정확하게 신체 모양을 재현하지 않지만, 팔다리가 있을 법하다고 예상되는 자리에 위치하면서 익숙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백경호 / 1984년 인천 출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및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 수료.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5), 공간1(2012)에서 개인전 개최.〈평면탐구: 유닛, 레이어,노스탤지어〉(일민미술관 2015), 〈오토세이브: 끝난 것처럼 보일 때〉(커먼센터 2015), 〈다음 장〉(가변크기 2015), 〈두렵지만 황홀한〉(하이트컬렉션 2015) 등 단체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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