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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박지혜

2016/03/03

관계, 친밀함 속의 불편함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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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ryinthos〉설치전경2013한가람미술관

박지혜의 영상은 대중음악의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영상미가 눈길을 붙든다. 주로 10분 남짓 되는 영상에는 차가운 색조의 화면 위에 인물이 클로즈업 되어 등장한다. 화려한 흰색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 혹은 살구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혹은 아랍풍의 의상을 입은 맨발의 남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사나 자막이 전혀 없이 오로지 인물의 얼굴 표정과 배경 음악만을 통해서 갈등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다. 드라마틱한 음악 속에서 등장 인물의 얼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 다름 아닌 ‘불편함’의 감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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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ImpureVacuum〉설치전경2013송은아트큐브

송은아트큐브 개인전(2013)에서 선보인 <The Impure Vacuum>(2012)과 <Labryinthos>(2013)는 각각 남자가 연인의 허리를 졸라매며 목숨을 위협하거나, 피리 부는 남자가 소녀들을 유혹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왜 남녀 사이의 위험한 상황을 반복해서 그렸을까? “친밀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원초적 욕망의 폭력성을 그리고 싶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소통을 추구할 때, 관계의 균형이 깨지고 종종 폭력적인 관계로 전락한다. 이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위태로운 모습을 그리는 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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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reakingthewaves〉2채널비디오,사운드트랙4분36초2014

한편, 2채널 영상 <Breaking the Waves>(2014)에서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여성이 이 ‘일방적 소통’을 주도하는 당사자로 등장한다. 남성의 손을 잡고 있던 여성의 손이 미끄러져 나가고, 혼자 남겨진 남자는 욕망이 좌절되고 난 후에 일어나는 분노, 두려움, 절망 등 감정의 변이를 격렬한 몸짓과 표정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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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esce〉싱글채널비디오,사운드트랙5분52초2015

한편, <Lost in The Fathomless Water>(2010)에서는 작가가 직접 출연해 웨딩 드레스를 입고 누워서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동화 속 ‘공주님’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며 ‘심청가’의 한 대목을 합창하는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 심청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는 내용의 가사다. 작가는 아버지를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바쳐야 한다는 상황을 일종의 사회적인 압박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심청이라는 서사를 끝없이 눈물 흘리는 것으로 표현한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영상은 심청이 겪었을 법한 ‘서러움’을 증폭시킨다. 기승전결이라는 영상 연출의 일반적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적 반응을 마치 하나의 육체 퍼포먼스인 것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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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esce〉싱글채널비디오,사운드트랙5분52초2015

작가는 관객이 일방적인 인간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인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감정적 폭력’을 간접 체험하도록 하며, 나아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습적 소통의 역학관계를 역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작가는 영상과 별도로 평면 작업도 전개한다. 1800년대 빅토리안 풍 석판화 일러스트레이션을 콜라주하여 린넨에 접착시킨 평면 연작에는 꽃과 나비 등 아름다운 모티프가 가득하지만, 모두가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형상이 묘한 불편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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