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김태동
부유하는 도시, ‘밤’의 초상
김태동
누구나 한 번쯤은 도시의 밤거리를 혼자 거닐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인파와 온갖 소음이 조금씩 잦아지는 깊은 밤, 김태동은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깊은 밤이 지나 새벽이 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새벽에 홀로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도심와 부도심의 경계쯤 되는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도시와 변두리, 중심과 외곽의 경계에 존재하는 미묘한 코드를 사진을 통해 담아 내기 시작했다. 2010년 뉴욕 외곽에 위치한 플러싱(Flushing)이라는 한인타운을 촬영한 <Symmetrical> 연작 역시 중심과 주변이 만들어 내는 기묘하고 낯선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좌우가 같아 보이지만 실제 그것들이 완전히 같지는 않은 데칼코마니처럼, 도시를 닮고 싶지만 도시가 아니고 한국을 닮고 싶지만 한국이 아닌” 불완전한 대칭구조에서 오는 미묘한 코드를 도시의 경계를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
작가는 2011년부터 도시의 깊은 밤과, 그 시간 도시를 배회하는 사람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당시 제작한 <Day Break> 연작에서 그의 카메라에 들어온 익명의 공간과 사람은 마치 모든 것들이 정지된 순간을 보여 주는 듯하면서도 멈춰진 도시 안에 꿈틀거리는 미세한 진동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욕망의 공간을 부유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이면을 새롭게 보여 주고자”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4년에 촬영한 <Club S>는 도쿄와 그곳의 한 술집에 모여 드는 한국 교포, 조선족 등을 섭외한 후, 도심 안에 있는 익명의 공간에서 그들을 촬영한 것이다.
작가는 이를 ‘밤의 초상 사진’이라 부른다. 낯선 환경과 사람, 어둠과 적막,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 기묘한 분위기를 생성하고, 이는 인물이 공간에 스며드는 듯한 작가의 사진에서 더욱 고조된다. 데이비드 호퍼의 그림이 연상된다는 기자의 감상 소감에 작가는 “배경과 인물의 균형을 맞추다 보면 배경이 정리되고 압축되어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도시에 머물렀던 작가의 시선은 2015년 <강선(Rifling)> 프로젝트에서 긴장감과 스산함이 감도는 비무장지대(DMZ)로 옮겨 간다. 노동당사, 수도국지, 얼음 창고 등 사람은 찾아 볼 수 없고 흔적만 남은 곳이다. 수백만 개의 별로 가득 찬 밤하늘,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습한 벽체 등. 마치 가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곳에서 생생한 감각과 선명한 현실을 맞닥트렸다. 작가가 사진에 담아 낸 무심한 인간의 모습과 적막한 도시의 풍경에는 어떤 시간들이 흐르고 있을까. 작가는 이제 그 ‘시간’을 향해 셔터를 누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