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방展
2016 / 07 / 03
조각과 영상이 교차하는 방
멀리 있는 방展 6. 25~8. 14 일민미술관(http://ilmin.or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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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 샤페즈 <보이지 않는 살 / 신비한 살> 강철 188×70×40cm / 187×69×51cm 2013
“작품에 부딪힐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미술관 스태프가 전시장 입구의 검은색 천막을 걷자, 칠흑같이 어두운 전시장이 나타난다. 전시장을 밝히는 조명은 저 멀리 영상작품에서 새어 나오는 어렴풋한 불빛뿐. 그 옆에는 검은색 벤치 17개가 한 무리의 네 발 짐승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멀리 있는 방>전 풍경이다. 포르투갈 출신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Pedro Costa)와 조각가 후이 샤페즈(Rui Chafes)의 2인전이다. 두 작가는 2005년 포르투갈 세할베스(Serraves)미술관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기억’에 관한 주제를 공통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들의 5번째 듀오 전시다. 페드로 코스타는 자신의 영화에서 추출한 장면을 재편집한 짧은 영상을 상영하고, 후이 샤페즈는 대형 철제를 추상적인 형태로 만든 조각을 곳곳에 설치했다. 코스타의 영상은 샤페즈의 조각 사이로 투영되고, 샤페즈의 조각은 영상의 불빛을 조명 삼아 희미하게 드러난다. 제목 ‘멀리 있는 방’은 어두운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의 진동을 의미하며, 전시는 관객의 내면에 있는 각자의 기억을 일깨우고자 한다. 함영준 책임큐레이터는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이 “융복합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예술의 경향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번 전시의 협력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도 7월 3일까지 페드로 코스타 회고전 <그림자들의 함성>을 열었다. 계간 영상비평 전문지 《오큘로》는 ‘페드로 코스타 특집’으로 꾸린 제2호 발간 행사를 전시 기간 중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