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최윤석
소소한 수집, 일상의 재구축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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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질량 2013> 낭독 퍼포먼스 2013~14
20세기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는 순간 과거를 떠올렸다면, 21세기 한국에선 최윤석이 서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수증을 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추적했다. “발행 날짜와 장소, 구매 물품 등이 건조하게 적혀 있는 영수증을 보며 나는 당시의 옷차림, 동행인, 심지어 그날의 기분까지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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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질량 2012> 영수증 가변크기 2012~13
이후 작가는 1년 동안 영수증을 수집하고, 매년 말 그것을 발, 공, 목도리 등의 형태로 제작한 <올해의 질량> 시리즈를 선보였다. ‘연례행사’처럼 진행된 이 작업은 소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사회를 꼬집듯, 소비를 중심으로 개인의 기억을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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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 Book> 오프셋 프린트 44×26cm 2004~15
이처럼 일상의 편린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패턴은 최윤석 작업의 핵심 요소다. 우연히 찍힌 한 장의 사진을 시작으로 약 10년 동안 술 취해 잠든 자신의 사진을 모아 앨범으로 묶고(<Sleep Book>), 4개월간 매일 아침 테이프 클리너로 침대를 청소한 후 체모와 먼지가 붙은 테이프를 보관했다(<Bed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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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d Scene> 오프셋 프린트, 벽 250×1,020×30cm 2015
작가는 스스로의 ‘사관(史官)’이 되어 자신의 사소한 행동 습관 흔적 등을 오랜 시간 관찰한 후 독특한 형태의 일지로 기록해 왔다. 그의 작업은 일상에서 하찮게 여겨져 온 대상에 주목하고, 각각의 대상을 중심으로 일화를 재구성하면서 개인의 일대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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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을 위한 노래> 2014
작가는 앞으로 사적인 일상 수집에서 벗어나 최근의 사회 현안들을 작업과 연결하는 방법을 탐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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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 1981년 서울 출생. 중앙대 서양화과 및 런던대 슬레이드미술학교 회화과 졸업. 스페이스오뉴월(2015)에서 개인전 개최. <살찌는 전시>(공간291 2016), <Please Return to Busan Port>(오슬로 베스트포센미술관 2016), <Hesitation Form: 시작되면 사라질 것>(스페이스오뉴월 2015), <Have a Good Day, Mr. Kim>(쾰른 미하엘호어바흐재단 2015) 등의 단체전 참여. <릴레이 렉쳐퍼포먼스: 요지경>(오픈더도어 2016), <퍼블릭서비스: 친절, 봉사, 협동>(독산파출소 2014) 등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