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역사展
2016 / 08 / 30
한국 추상미술의 ‘타임캡슐’을 열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展 7. 25~10. 29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http://dalji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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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빛의 숨결> 딱지에 천연안료 101×134cm 2009
“오늘의 정확한 기록이 내일이면 정확한 역사로 남는다.” 김달진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의 신념이다. 어린 시절 취미로 수집한 낱장의 티켓, 포스터, 팸플릿이 하나둘 모여,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했다. 지난 해 3월 홍지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박물관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포함하는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하층과 1층은 전시장, 2층은 자료실, 3층은 학예실로 구성된다. 현재 이곳에서는 이전 후 네 번째 전시로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발굴, 수집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1957년 집단적인 앵포르멜 감성을 드러낸 ‘현대미술가협회’ 이후부터 지난해 갤러리현대 45주년을 맞아 열린 <Korean Abstract Painting>전까지의 시간을 아우른다. 오래돼 색이 바랜 엽서와 종이가 빳빳한 최신 리플릿이 시각적 대비를 이루면서 지난 6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 추상미술 역사의 궤적을 가늠하게 한다. 전시에는 문헌자료와 함께 실제 작품도 선보였는데, 김구림 남관 방혜자 우제길 유희영 이강소 이건용 전수천 한묵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에 선보인 자료 및 연구 성과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발간한 단행본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 수록해 미술사 연구의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 추상미술과 관련된 주요 사건과 이슈를 기록한 연표, 참고문헌 등을 정리해 한국 추상미술의 위치와 영향을 되짚는다.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는 9월 28일 김성호 미술평론가가 ‘추상미술 작가와 작품세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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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 <추상> 종이에 물감 29×21cm 1980년대
한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한국 추상미술 연구의 기반을 다지고 전반적인 흐름을 검토하고자 미술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고충환(미술평론가), 서성록(안동대 교수), 최열(미술평론가) 등 총 2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 추상미술 대표 전시’를 묻는 질문에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일본 동경화랑 1975)전이 14표로 1위에 올랐다. 그 밑으로 <한국의 단색화>(국립현대미술관 2012)전이 8표, <1회 현대미술가협회>(미공보원 1957)전이 6위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인정한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는 누구일까? 김환기(14표) 박서보(13표) 이우환(12표)이 차례로 1표씩 격차를 내며 선두를 다퉜다. 이외에도 ‘한국 추상미술에 기여한 인물’로는 이일 미술평론가가 17표를 득표해 압도적으로 1위를 거뒀는데, 1세대 비평가이자 추상미술의 이론적 배경을 정립했다는 평가가 그 이유다. 추상미술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한 갤러리현대 박명자 대표, 단색화를 정의하고 담론화한 윤진섭 미술평론가도 순위권에 올라 눈에 띈다. 설문조사의 결과와 각 전문가가 ‘최근 단색화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위상과 흐름’에 대해 작성한 코멘트 역시 단행본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기회에는 보다 확장된 규모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의 자료적 활용 가능성까지 확보된다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 과거의 자료를 오늘의 시각에서 재평가하려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노력이 한국미술의 탄탄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