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경展
2016 / 10 / 04
‘추상’이 된 자연의 세계로
박인경展 7. 12~9. 18 대전 이응노미술관 (http://ungnolee.daejeon.go.kr/ungnolee/index.action;jsessionid=2634F3FFAB4F246B3D3BC71191F2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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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 에니미의 빛 Ⅲ> 한지에 수묵담채 135.5×69.5cm 1964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고암 이응노 화백의 동반자이자 독창적인 수묵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 박인경의 개인전 <박인경: 추상이 된 자연>전을 열었다. 작가의 60년 예술 여정을 조망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특징은 프랑스에서 ‘박인경의 예술 세계’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미술평론가 베네딕트 레이(Benedict Rey)와 공동기획했다는 점. 박인경의 예술 세계를 보다 학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베네딕트 레이는 “이번 전시에 사용된 텍스트들은 프랑스에서 내가 연구한 자료에 바탕을 뒀다. 이응노와 박인경, 두 예술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응노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한국 1세대 여류화가로서 박인경 작가의 예술적 역량을 올바르게 재평가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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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II> 한지에 수묵 105×105cm 2010
전시는 총 4개의 전시실에서 각각의 주제로 구성됐다. 1전시실은 1950년대 반구상 작품부터 1960년대에 발묵, 드리핑 기법을 활용한 추상작품을 소개하며, 2전시실은 작가가 수묵추상을 본격 시작한 시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1964년 제작한 색면추상은 추상적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붓을 버리고 종이에 직접 물감을 뿌리는 기법을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다음으로 3전시실은 다시 풍경화로 돌아온 1980~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나무, 숲, 꽃 등 자연 형상을 기본 소재로 삼되,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의를 담아내기 위해 추상을 활용했다. 마지막 4전시실은 2권의 시집을 발표한 시인이기도 했던 작가의 이력에 주목한다. 작가의 사상과 내면을 담고 있는 자료들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관을 심층적으로 소개했다. 전시 부대행사로 7월 13일 학술세미나도 열렸다. ‘박인경의 삶과 예술 세계’를 주제로 이지호, 베네딕트 레이, 박계리(홍익대 인터랩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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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지에 수묵 105×105cm 2009
박인경은 이화여대 미술과 제1회 졸업생으로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을 수상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20세기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겪으며 동시에 서구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왔다. 미술을 기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면서 수묵의 전통은 살리고 표현주의, 앵포르멜 등 1950년대 유럽 현대미술의 주요 개념을 차용한 것. 이렇게 ‘동도서기(東道西器)’의 태도로 새로운 한국화를 개척한 작가는 현지에서 서양미술을 체험하기 위해 1958년 이응노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두 작가는 1959년 독일에 머무르며 본과 쾰른에서 2인전을 개최하고, 1960년 파리에 정착했다. 이미 도불 이전부터 반추상 계열의 작품을 시도했던 작가는 한지에 먹물을 들이붓는 푸어링(pouring), 발묵, 데칼코마니 등의 기법을 사용하면서 추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63년 갤러리생트에니미(Galerie Sainte Enimie)와 1970년 파리갤러리유니베르시테(Paris Galerie de l’Universite)의 개인전을 통해 파리 화단에 입성했고, 파리의 그랑팔레(Grand Palais), 테사헤롤드갤러리(Galerie Thessa Herold), 스위스의 누마가갤러리(Numaga Gallery) 등에서 전시를 가지며 구순이 넘은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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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경: 추상이 된 자연>전 전경 2016 대전 이응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