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이희준
건축, 해체하고 서핑하기
이희준
여러 미술관의 웹사이트에 접속해보면 미술관 건축에 관한 상징적 의미를 해설한 글을 종종 읽을 수 있다. 그만큼 건축물은 지역의 풍경인 동시에 역사적, 문화적 기념물로서 존재하며, 우리는 특정한 건물을 재현한 그림을 볼 때 건물이 갖는 의미에 따라 작업 의도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처럼 내러티브로 축조된 건축물이 ‘감상’을 유도한다면, 이희준은 그것을 해체하면서 ‘인상’을 담아낸다. <Interior nor Exterior> 시리즈는 대략 세 차례의 단계를 거쳐 제작된다. 선정, 크롭(crop), 변형. 작가는 잡지나 인터넷에서 발견한 건축 이미지를 그림의 대상으로 선정하고, 각 이미지의 일부분을 확대해 크롭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에 얽힌 핵심 정보는 대부분 제거되며 더 이상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이후 크롭한 이미지의 색과 형태를 미적으로 변형시키면서 건축물은 최소한의 표면적인 추상 형태로만 남는다. 한편, 작가가 건축물을 몸소 탐방하기보다는 디지털로 가공된 이미지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젊은 세대가 세계를 인터넷의 ‘가난한 이미지’로 경험하는 문화를 반영한다. 오늘날 우리는 실제 장소에 방문하지 않고도 인공위성, CCTV 등의 발달된 촬영 기술과 촘촘한 네트워크 환경 덕분에 세계 곳곳의 현장을 손쉽게 픽셀로 소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건축물이 과거로부터 축적돼 온 맥락 안에서 인식되는 반면, 이희준의 건축물은 ‘링크’로서 또 다른 납작한 ‘창’으로 접속하게 한다. <Interior nor Exterior> 시리즈의 제목처럼 관객은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공간 위로 시선을 미끄러트리면서 그림의 조형적 특징을 서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