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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SlowQuickQuick

2016/11/01

Slow Slow Quick Quick
창경궁로 5가길 11 by 작가 양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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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슬로우퀵퀵그래픽조형도

“쇳가루 냄새 폴폴 나는 을지로가 예술가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 최근 어느 매체의 기사 대목처럼 을지로 일대가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약 50여 곳으로 추정되는 이들 공간 중에서 ‘슬로우슬로우퀵퀵(이하 SSQQ)’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뭐하는 곳인지 도통 알기 힘든 이름 때문만이 아니다. 이곳은 굳이 전시공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진 않지만 전시는 물론 이런저런 행사들이 열리는 ‘다목적 공간’이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형’ 스튜디오를 표방한다. 작가 양소유(참고로 원래 가명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또 다른 가명!)가 5명의 작가와 운영하는 SSQQ는 총 3층 규모다. 방치된 옛 재봉틀공장 건물 중 1층은 함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용 공간과 식당 및 화원, 공연장소로 구분했고, 천장이 낮고 울림이 좋은 2층은 스크리닝 공간, 3층은 토크프로그램 장소로 주로 활용한다. 건물 전체가 여러 용도에 따라 유연하고 알차게 활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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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위치한건물외관전경

SSQQ는 서울시 중구청 시장경제과의 지원으로 1년째 문을 열고 있다. 구청의 지원프로그램으로 마련된 곳이기 때문에 경제적 고민을 더는 대신, 예술성과 공공성을 함께 유지해야 하는 공간의 성격 구축과 실제 운영방식이 중요한 과제다. 중요한 점은 지자체는 철저히 지원 형식만 유지하고 작가들이 실제적인 조건에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결과보단 과정 중심의 공간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양소유 작가가 말하는 SSQQ의 모토는 “필요한 만큼만 창작하고 무리하지 말기”. 무엇이든 ‘열심히’를 유도하는 사회 분위기에 좌우되어 과도한 창작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잉여의 시간과 여유를 누리며 먹고 마시는 ‘삶’에 집중하는 것, ‘잘 살기’를 함께 공유하며 나누는 ‘순환’의 모습이 바로 SSQQ가 추구하는 ‘작가로서 잘사는 방식’이다. 소소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전체 공간을 유기적으로 함께 활용하는 것은 물론, 1층 화원에서는 함께 피울 담배잎을 말리는 중이며, 식당에선 각기 담근 전통주들을 함께 나누거나 직접 음식도 만들어 판다. 물론 질문도 생긴다. 창작을 하는 작가로서 공간과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순환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 “공동으로 활용하고 일반에게 개방하는 스튜디오인 만큼 각자의 취향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것이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조율점”이라고 양 작가는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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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리<Requiem,2집>쇼케이스현장2016슬로우슬로우퀵퀵1층공연장

요즘 SSQQ에는 점차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네트워크 파티나 다양한 오픈 프로그램 공동개최를 제안하거나, 공연예술계 쇼케이스로 활용하고 싶다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SSQQ의 작가들 역시 최근 을지로 일대 작업실 40여 곳과 협력해 <비둘기 오디오&비디오 페스티벌>을 열었다. 조만간 <을지로 창작 포럼>도 개최해 도시 유휴 공간을 재생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아트샵 ‘비둘기’도 곧 문을 연다고.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도 여러 가지 모토와 방식으로 펼쳐지게 마련이다. ‘전시공간’이라는 기본적인 성격을 엄격히 유지할 수도 있고, 혹은 작업공간인 ‘스튜디오’로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도 가능할 것이다. 결코 정해진 정답이 없는 만큼, 지금처럼 다양한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들이 생기는 순간 그 다양성만큼은 충분히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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