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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과특별기획전을개최한포항시립미술관김갑수관장인터뷰

2016/11/01

철과 예술, 지역 정체성을 이끄는 ‘쌍두마차’
페스티벌과 특별 기획전을 개최한 포항시립미술관 김갑수 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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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푸른숲의거인>스테인리스스틸105×60×270cm2016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철을 주제로 한 대형 미술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10. 1~30). 이 행사는 포항을 ‘해양+문화+관광’도시로 특화하기 위해, 도시의 상징인 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문화의 실현에 비전을 두고 있다. 올해는 총 5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렸다. 국내외 작가의 스틸조각을 선보이는 본 전시, 포항의 철강기업 근로자들이 특수한 공법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꾸민 <Jumping Together>, 디자인공모전 수상작 전시, 시민참여 작품 전시, 교육프로그램 결과물 전시. 참여작가는 강이수 김대락 김병규 김정민 김진우 김태수 김태인 김형식 나점수 류종운 박민섭 송운창 왕광현 유재홍 이일 이창희 전강옥 전인식 정운학 최규철 최미경 등 총 24명. 외국작가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베라(Matteo Berra), 중국의 슈판 피아오(Shouhan Piao)가 참여했다.

한편 포항시립미술관에서도 미술관 특성화 방향인 ‘Steel Art Museum’을 가시화하기 위해 철을 주제로 한 두 개의 대형 특별기획전(10. 13~2017. 1. 8)이 동시에 열렸다. <철이 전하는 메시지>는 철을 재료로 다양한 물성을 보여주는 조각 설치작품 28점을 소개했다. 김재각 우징 최태훈 하석원이 초대됐다. <Steel Drawing>은 철을 기본 재료로 삼으면서도 다양한 매체와의 조형적 외연 확산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고산금 권남득 김승주 황혜선이 출품했다. Art는 포항시립미술관 김갑수 관장을 만나 스틸아트페스티벌의 지역 정체성, 문화 마케팅 가능성, 비전을 물었다. 2009년 개관 이래로 8년째 관장을 맞고 있는 그는 포항 출생으로 홍익대 대학원과 영국 런던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지난 1999년 고향에 정착했다. 이후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을 맡아 지역 미술문화를 진단하고 브랜드화에 앞장서 왔다. 관장 취임 이후에도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산파역을 맡고, 이 행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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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광현<생명의기원>자연석,슈퍼미러,스테인리스스틸가변크기2016

Art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5회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가 ‘철의 정원‘이다. 이번 행사의 윤곽을 요약해달라.

Kim 포항은 한국 산업화의 주역을 맡아 온 철강도시다. 철(steel)은 그동안 산업 용도의 물리적 본성에 집중했으나, 이제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철의 문화적 변용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물질에 정신이 개입되면 용도가 바뀌고 가치가 달라진다. 철의 물성은 딱딱하고 거칠고 무겁지만, 철이 예술의 옷을 입으면 부드럽고 온화한 성질로 바뀐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 ‘철의 정원’은 바다 물길을 따라 철 작품을 전시해 도시를 정원처럼 꾸미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철이 식물이나 사람, 동물로 변신한 작품을 전시했다. 무생물이 생명을 얻어 의미를 생산하고, 이 도시의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담았다.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의 철 작품에 더하여, 포항의 철강기업체 근로자들의 작품 20여 점을 전시했다. 근로자들의 노련한 제철 기술이 예술적 솜씨로 바뀌기까지 부단한 인내와 고된 땀방울이 있었다. 철이 순수예술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 자신의 축제 콘텐츠가 될 때,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전시 작품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스틸아트웨이 투어(도보, 버스, 크루즈)를 만들었다. 기타 체험 프로그램도 최대한 축제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해 전시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려 했다.

Art 김 관장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다. 이 행사의 미션과 비전은 무엇인가?

Kim 스틸아트페스티벌은 포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철과 바다를 예술로 승화한 세계 유일의 축제다. 문화가 국력을 좌우하는 21세기에 스틸아트페스티벌은 포항의 주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철강산업의 침체기를 벗어나 새로운 도시재생의 향방을 모색하는 길이 스틸아트에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철강산업의 쇠퇴를 예술로 극복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부터 전국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틸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그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웠다. 110팀이 생필품 디자인 127점을 선보였고, 대상에게는 1천만 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철을 통한 도시 재생은 아트페스티벌뿐만 아니라 공예산업을 통한 브랜드 문화상품 제작 판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스틸아트페스티벌이 해양 자원과 스틸공예산업, 지역 관광콘텐츠와 연계해 도시 마케팅의 문화적 자산으로 삼고, 그 고유한 정체성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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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흥<물감놀이>스테인리스스틸,우레탄도장가변크기2015

Art 스틸아트페스티벌은 독자의 정체성 때문에 전국적 행사, 국제적 행사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행사가 질적 양적으로 확산되기 위한 조건이나 전략이 있다면?

Kim 예술은 당대의 기술과 동떨어질 수 없다. 산업사회 이후 제철 기술은 인간의 삶은 물론이고 20세기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하드웨어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한 딱딱하고 무거운 철은 모더니즘 시대의 거대담론을 상징하는 테크놀로지의 도구요, 권위의 철이었다. 이제 21세기 철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축을 이루며 예술로 소통하고 정감을 나누는, 부드럽고 가벼운 문화적 철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21세기를 ‘신철기 시대’라고 명명하고 싶다. ‘신철기 시대의 대장장이’로서 사이버네틱한 과학기술력을 사용하더라도 인간의 정감과 생명력을 작품에 부여하려는 세계적인 ‘스틸아티스트’, 그리고 ‘스틸건축가’, 철의 새로운 물성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발명하는 세계적인 ‘스틸과학자’, 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려는 ‘스틸인문학자’들이 포항에 모이는 꿈을 꾼다. 이런 꾼들이 포항에 모일 수 있도록 ‘스틸아트페스티벌 스틸어워즈’를 만들어 포항이 세계적인 스틸컨벤션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 스틸어워즈 수상자들이 스틸아티스트들과 머리를 맞대어, 포항의 브랜드 조형 건축물을 세운다면 도시 자체가 ‘스틸아트 미술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그 일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스틸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실질적인 인력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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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영원한행복의새싹>스테인리스스틸,우레탄도장309×120×380cm2016

Art 미술계 혹은 지역 사회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Kim 지난해부터 철강기업체 근로자와 시민들이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철강근로자들이 예술품 제작으로 미술축제에 참여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 것이다. 철강도시가 스틸아트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다. 또한 지역민 스스로도 축제를 성장시켜 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틸아트페스티벌이 포항의 대표축제, 나아가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근로자와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힘을 모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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