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아나추이展
2017 / 09 / 29
엘 아나추이展 9. 29~11. 26 바라캇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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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아나추이의 한국 첫 개인전 <관용의 토폴로지>전이 열렸다. 가나출신 작가 엘 아나추이는 버려진 병뚜껑을 이용한 화려한 금속 타피스트리 작업으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평생공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신작 프린트 작업과 8m에 달하는 <Skylines?>를 포함한 총 9점의 작업을 선보였다. 아나추이는 알록달록한 알루미늄 병뚜껑을 엮어 화려하고 거대한 천을 형상화한 작업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 작업의 이면에는 질곡의 아프리카 식민역사가 담겨있다. 그가 모은 병뚜껑은 바로 식민지 시대 서구에 의해 반강제적인 무역협정에 따라 수입되기 시작한 알코올 음료에서 가져온 것. 이렇듯 작가는 작고 사소한 사물에 담긴 역사를 작품에 소환하면서 시대의 증언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체가 여러 교점의 배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확장한다는 ‘토폴로지(topology)’ 개념을 들어 공간의 변형을 실험한다. 이는 곧 중심과 주변,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없애고 창의적 관계 맺기를 꿈꾸는 작가의 소망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엘 아나추이는 1944년생으로 가나 쿠마시 과학기술대에서 미술을 전공, 엔수카(Nsukka)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