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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예술,그리고유희!

2017/11/06

바다, 예술, 그리고 유희!

2017바다미술제 9. 16~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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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2017바다미술제 프레스투어 현장에는 태풍 ‘탈림(Talim)’의 상륙이 임박한 탓에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세기의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실제 자연환경과 조응하는 행사의 성격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987년 시작된 바다미술제는 부산의 환경적 특수성을 적극 활용하는 행사다. 탁 트인 바다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대형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주 관객층은 물론 지역주민, 부산 관광객과의 소통까지 도모한다. 짝수 해에 열리는 부산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국제적 동향에 집중한다면, 홀수 해에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행사의 영문명(Sea Art Festival)에서 알 수 있듯 ‘페스티벌’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 그동안 해운대 광안리 송정해수욕장 등 부산 동부지역에서 열렸지만, 2015년부터 부산 서부의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최하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의 전시감독은 도태근 신라대 교수가 맡았다. 그가 발표한 주제는 ‘아르스 루덴스(Ars Ludens): 바다+미술+유희’.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의 후예가 만드는 현재의 예술에 자연히 ‘놀이적 속성’이 있다고 제시한다. 미술작품의 규모, 형태, 색채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바다 위의 시각적 유희를 강조하는 콘셉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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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다미술제는 교육성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학술 디렉터를 영입했다. 학술심포지엄 아티스트토크 오픈세미나를 조직하고, 작가와 비평가/큐레이터 매칭프로그램으로 내실을 다졌다. 학술 디렉터를 맡은 장원 미술평론가에게 전시가 ‘유희’ 개념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물었다. 그는 “작품의 스펙터클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가까이 접하게 하는 게 예술적 유희”라며 특히 “실제공간과 예술적 가상공간을 효과적으로 혼합시키는 것이 주 목표였다. 모래사장 맞은편 대형 아파트단지에서 바다 쪽을 바라볼 때 다양한 설치작품이 마치 병풍처럼 쭉 펼쳐지도록 의도했다”고 답했다.

전시는 11개국 출신 작가 41명의 작품 41점을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다. 특히 초대된 해외작가 총 15명 중 절반 이상이 20여 일간 머물며 공동작업장에서 부산시민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 및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사전에 신청한 일반인들이 전시준비를 직접 돕는 체험형 봉사활동 ‘아트 메이트(Art Mate)’ 프로그램도 열렸다. 관객이 행사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부산에서 최장 너비를 자랑하는 다대포해수욕장에 파노라마 형태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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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관객의 체험을 강조한 설치작품을 통해 ‘유희’의 테마를 살리거나, 자연의 각 형태를 대형화해 독특한 소재와 색채로 재현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은 작가듀오 DM터틀스톤의 <언어의 유희>. 하늘 위에서 보면 거대한 물음표 모양으로 보이는 점선 형태의 조형물인데, 아래로는 종 수십 개가 매달려있다. 바람결을 따라 종이 흔들릴 때마다 청아한 소리를 낸다. 작가들은 “공기 바람 바다 등의 비가시적 자연의 고유한 언어를 사람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태인의 <우연한 팽창>도 큰 관심을 받았다. 8.5m 높이의 초대형 인체조각으로 한 손에 네모난 연 혹은 헬륨풍선을 들고 서있는 형상이다. 언뜻 보기엔 무쇠처럼 단단해 보이는 작품이 사실은 얇은 스테인리스조각을 서로 접붙인 형태로 속이 텅 비어있다는 ‘의외성’이 인기요소로 작용했다.

행사는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최대치의 성공을 거뒀다. 총 38만 4,52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 관객 수를 기록했던 2015년의 21만 3,748명보다도 80%를 상회하는 기록을 세운 것. SNS에서 ‘부산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특히 추석기간에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방문했다고 한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부산 서부의 끝자락에 위치해 그 동안 접근이 어려웠지만, 올해 4월 지하철 1호선 다대포해수욕장역이 새롭게 개통되면서 난점이 해소된 것 또한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예술이 즐거울 수 있다’는 콘셉트가 일반인 관객에게 적중한 것이야말로 성공을 견인한 일등공신인 동시에 이번 바다미술제의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중친화적 미술축제’라는 행사의 정체성이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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