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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메시티展

2018/01/23

안젤리카 메시티展
2018. 1. 12~2. 11 아트선재센터(http://artsonje.org/ange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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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메시티<수신자전원에게알림>혼합재료320×40×40cm2017

“이것은 영원한 침묵에 앞선 우리의 마지막 함성.” 1997년 프랑스 해군이 조난통신에 쓰인 모스부호의 사용을 중단하면서 송출한 마지막 전신이다. 이 마지막 전신의 모스부호가 2018년 전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호주출신 작가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가 한국 첫 개인전 <릴레이 리그>에서 마지막 전신의 모스부호를 조각과 음악, 몸짓으로 변주한 것. 지금은 쓰지 않는 모스부호를 다시 전시장에 펼쳐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리와 몸짓 같은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다. 이 작업들은 우리가 겪는 많은 위기 속에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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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메시티<릴레이리그>3채널비디오8분2017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모스부호의 실제 단음과 장음의 형태를 황동조각으로 탈바꿈 한 모빌작품 <수신자 전원에게 알림>이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황동조각을 지나 반투명 가벽을 따라 설치된 3채널 비디오 <릴레이 리그>에서 이 모스부호는 음악과 안무로 또 다른 변신을 꾀한다. 건물 옥상에서 모스부호의 장음을 드럼으로, 단음을 심벌즈로 연주하는 남자의 영상을 지나면 남녀 무용수가 바닥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여자 무용수가 어딘가를 응시하며 시각장애를 가진 남자 무용수의 어깨와 팔, 손을 잡고 움직인다. 여자 무용수가 바라본 것은 그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또 다른 남자 무용수. 세 번째 영상에서는 첫 번째 영상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남자 무용수와 그의 춤을 따라 움직이는 두 번째 영상의 남녀 무용수의 모습을 함께 등장시켜 조각과 연주, 안무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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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메시티<시민밴드>4채널비디오21분25초2012

소통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또 다른 출품작 <시민 밴드>에서도 드러난다. 4개의 영상이 각기 다른 스크린에서 차례로 상영되는 이 작업은 타국에서 생활하는 이민자들의 연주를 담았다. 카메룬 출신의 한 여성이 수영장 한 가운데 들어가 물을 튀겨 리듬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다음 영상에서는 알제리 출신의 한 남성이 지하철 안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이 영상이 끝나자 또 다른 화면에서는 몽골 출신의 한 남성이 길 모퉁이에 앉아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 스크린에서는 수단 출신의 택시 운전사가 운전석에 앉아 휘파람을 부르는 장면이 이어진다. 영상이 끝나자 흐릿하게 산란하는 불빛이 4개의 화면을 비추며 이들의 음악을 혼합해 새롭게 편곡한 음악이 흐른다. 이렇듯 작가는 이민자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그들이 만든 음악으로 대신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사라져가는 문화와 전통,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한 탐구를 풀어내는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또 다른 뒷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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