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파빌리온
2018 / 03 / 05
평창올림픽플라자 2.9~25, 3.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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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너지, 물의 전기 분해, 연료전지 등을 형상화한 파빌리온 내부의 전경
지난 2월 12일, 평창올림픽플라자의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파빌리온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에너지를 주제로 만든, 면적 1,225㎡, 높이 10m 규모의 브랜드 체험관이다. 간담회에는 현대자동차 관계자와 파빌리온 설계를 맡은 아시프 칸(Asif Khan)이 참석했다. 아시프 칸은 올림픽이나 엑스포 등의 대규모 국제 행사에 파빌리온을 잇달아 선보여 명성을 쌓은 영국의 건축가. 2012년 런던올림픽의 <코카콜라 비트박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메가페이스>, 2016년 <서펜타인 써머 하우스> 등이 대표작이다. 이러한 주요 작업을 소개하며 간담회를 시작한 아시프 칸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독일관>(1929)을 예로 들며, “일시적 구조물인 파빌리온은 건축계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티브웍스의 지성원 실장은 “파빌리온에 관한 노하우와 국제적 성공”이 아시프 칸을 협업자로 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은 <디진> <디자인붐> 등의 해외 온라인 매체에서 “세상에서 가장 검은 건축이 탄생했다”며 오픈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수소에너지라는 주제를 우주의 어두움과 별빛의 탄생으로 표현”하기 위해 건물 외벽에 ‘반타블랙’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한 것. 반타블랙은 2014년 영국의 서리 나노시스템즈가 개발한 현존하는 가장 검은 물질이다.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각적 환영을 만든다. 아니쉬 카푸어가 예술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독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카푸어는 2016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이 물질을 덮은 오목한 조각 연작 <군집된 구름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반타블랙이 건축에 사용된 적은 이번이 처음. 파빌리온에는 스프레이 형태의 반타블랙 VBx 2을 사용했다고. 아시프 칸은 “멀리서 보면 마치 풍경을 칼로 자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관람자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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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을 설계한 영국의 건축가 아시프 칸
전문 사진가가 촬영한 홍보용 사진과 실제로 본 건물의 세부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파빌리온을 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반타블랙의 착시 효과가 초현실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시프 칸은 빛을 최대한 가둬 건물을 더욱 새까맣게 보이도록 외벽 4개 면을 포물선 형태로 만들었고, 그 위에 얇은 LED 조명 1946개를 꽂아 우주 속 별들을 형상화했다. 수소에서 배출되는 물의 순환을 SF영화의 실험실처럼 연출한 순백의 내부 공간과도 극적인 대조를 이뤘다. 아시프 칸은 이 파빌리온이 새로운 건축의 출발이 될 것을 자신했다. “나노 물질을 건물 전체에 사용한 첫 시도다. 이제 건축의 외관과 구조는 10~20년 이내에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 출발선에 있는 작업을 한국에 처음 선보여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