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수장고展
2018 / 05 / 30
수장고의 변신
송은수장고展 2017. 6. 22~2018. 5. 26 송은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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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수장고 외관 전경
지난 5월 26일 송은수장고가 약 1년간의 운영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2017년 6월 개관한 송은수장고는 송은문화재단의 모기업인 (주)삼탄이 강남 도산대로의 한 외제차 전시장을 매입해 건물 2, 3층에 한시적으로 개관한 작품 수장고다. 송은미술대상 귀속작을 포함한 송은문화재단의 소장품을 한자리에 모아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공간으로 운영됐다. 보관의 의미만을 지닌 일반적인 수장고 개념에서 벗어나 전시 형식으로 선보이면서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전시 기회를 제공했다. 건물 입구인 1층은 텅 빈 자동차 쇼룸을 그대로 노출해 언뜻 공사 현장처럼 비춰졌지만, 계단을 따라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미술관처럼 조성된 쾌적한 환경에서 수장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송은수장고에서 1년 동안 선보인 <송은수장고: Not your ordinary art storage>(2017. 6. 22~5. 26)전은 2003년 이후 송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작가 중 34명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작품 61점을 총망라한 특별전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에는 송은미술대상 수상작가와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선정작가, 개인전 초대작가 등 총 20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강서경(13회 우수상)의 설치작품 <매매종>을 시작으로 김주리(10회 대상) 정기훈(10회 우수상) 도수진(14회 우수상) 천성명(2012년 송은아트스페이스 개인전 초대작가) 등의 설치작품이 관객을 맞았다. 특히 사무실 안쪽에는 최선(12회 대상)이 유리벽에 분홍색 아크릴을 분사한 작품 <멀미>를 공간에 맞게 새롭게 재현했다. 2층 공간 한쪽에는 영상작품 상영을 위한 별도의 스크리닝룸도 마련됐다. 블랙박스 안에서 김세진(16회 대상) 박보나(15회 우수상) 염지혜(16회 우수상) 전소정(14회 대상) 등의 영상작품 8점이 전시기간 동안 상영됐다.
반면 3층 전시장은 2층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전시가 펼쳐졌다. 기존 건물의 사무실로 사용되던 공간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7명의 참여작가가 장소 특정적 작업으로 ‘룸 프로젝트(Room Project)’를 제작한 것. 넓게 트인 2층 전시장은 가벽과 좌대로 공간을 구획했다면, 3층에서는 작가들에게 방을 배정해준 다음 각자 분리된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김주리는 마른 들쑥을 가득 채운 방에 조명과 사운드를 설치한 <일기(一期)생멸(生滅) Ⅲ>을, 이정형(송은아트큐브 2016~17 선정작가)은 방 전체를 공사장처럼 연출한 <오늘의 현장>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3층에는 송은아트스페이스와 송은아트큐브에서 발행한 도록을 한자리에서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룸도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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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최병석 2인전 <빛공간>(2. 8~3. 17) 전경 2018 송은수장고 화이트 큐브 프로젝트
한편 수장고 3층 중앙에는 반사판 재질의 붉은색 벽으로 둘러싸인 화이트큐브도 설치됐다. ‘화이트 큐브 프로젝트(White Cube Project)’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공간은 일종의 ‘전시장 속 전시장’이다. 송은수장고 운영 기간 동안 별개의 전시공간으로 운영됐다. 지난 1년 동안 총 6번의 전시가 열렸으며, 김진희 정새해 정승일 최병석 등이 이곳에서 전시를 열었다. 송은수장고의 운영 종료와 함께 화이트 큐브 프로젝트도 막을 내렸는데, 김대웅 작가가 개인전 <구룡휴게소>(4. 26~5. 26)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2014~15년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작가인 김대웅은 폐쇄된 주유소를 장시간 관찰하고 촬영한 신작 <The Studio> 시리즈를 선보였다.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국도변의 휴게소와 주유소가 도시 개발로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이들에게 밝은 조명을 비춰준다.
송은수장고는 지난달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했지만, 같은 건물에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건립이 2020년 예정돼 있다. (주)삼탄과 송은문화재단, 청담동의 송은아트스페이스, 대치동의 송은아트큐브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새 사옥은 스위스 건축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