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展
2018 / 05 / 30
‘전시의 담론’을 펼치는 전시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展 5. 7~15 세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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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전 전경 2018 세실극장_5월 9일 장진택 큐레이터가 기획한 <예술: 어쩌면, 그건 정말 취향의 문제...>전 출품작이 3채널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다.
오늘날 전시는 무엇이며, 동시대미술에서 큐레이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5월 7일부터 15일까지 정동 세실극장에서 열린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전은 전시의 의미를 규정하기 힘들 만큼 그 성격이 불분명해진 당대 상황에서 전시 고유의 영토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획자 이양헌은 총 50명의 참여작가에게 2000년 이후 제작한 아티스틱 필름, 다중영화, 애니메이션 등 무빙이미지 작품 1점씩 출품할 것을 요청했다. 타 매체와 비교했을 때 디지털이미지는 보다 관념적이고 비물질적이기에 큐레이터십이 가장 잘 부각되는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 권혁규 박재용 안대웅 장진택 조은비 최정윤 등 6명의 기획자를 섭외해 전시기간을 1일씩 배분하고 각자의 관점과 방법론으로 50점의 영상작품을 자유롭게 선택, 큐레이팅하도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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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안대웅 큐레이터가 기획한 <효과의 기술>에서 DJ 클럽파티를 진행 중인 강신대 작가(오른쪽).
가장 먼저 5월 8일 최정윤은 6명의 영상작품을 1개의 스크린에 차례로 상영하면서 큐레이터의 역할을 최대한 축소했다. 이벤트 개최 혹은 텍스트 비치 등의 방법론을 통해 큐레이팅을 적극 개입하기를 제안한 기획자의 의도를 거부하는 방식. 9일 장진택은 전시장에 3개의 스크린을 설치했다. 각각의 스크린에서 랜덤으로 재생된 8점의 영상작품은 어느 순간 하나의 작품처럼 인식되기도 했는데, 관객은 개별 장면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관적으로 매개하면서 서사를 상상할 수 있었다. 10일 조은비는 스크린 장치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채 태블릿PC와 헤드폰을 따로 구비했다. ‘비디오 벤딩 머신’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 관객에게 작품을 추천해주거나 관객 스스로 원하는 작품을 골라 감상하도록 유도했다. 기획자가 큐레이터에게 50점의 영상작품을 선택 조건으로 제시했듯, 큐레이터가 관객에게 선택권을 일임한 것. 11일 안대웅은 작가 강신대와 함께 DJ 클럽파티와 아티스트 토크를 기획했다. 강신대는 전문 DJ를 섭외하고 무대에서 춤추는 관객을 향해 자신의 영상작품 <루드비코: 미적 향연의 이미지>(2013)를 투사하면서 클럽의 환락적인 성격을 극대화했다. 12일 박재용은 러닝타임 10분 이내의 작품 중, 각 영상작품에 가장 최적화된 스크린 사이즈 및 확장자에 맞춰 스마트폰 빔프로젝트 브라운관 LED모니터 등에 작품을 전시했다. 마지막 13일 권혁규는 다른 큐레이터들이 가장 적게 중복 선택한 작품만을 선별해 일종의 ‘번외의 시간’을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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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심포지엄 <큐레이터로서의 큐레이터> 라운드테이블 현장. 왼쪽부터 이양헌 현시원 이영철 김장언.
전문가 심포지엄 및 강연도 열렸다. 7일에는 큐레이터 이영철 김장언 현시원이 그동안 각자가 펼쳐온 미술계 활동을 소개하며 동시대 큐레이터의 역할을 재고했다. 14일에는 김지훈 중앙대 교수가 시네마의 프로그래밍과 큐레이팅의 유사점을, 15일에는 방혜진 평론가가 전시와 스크리닝 공연 다원예술의 구조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이양헌 기획자는 이번 전시에 앞서 지난해 2월 26일 큐레이터의 역할과 큐레이션의 실천에 관한 라운드테이블 <No Curator: Object, Image, Theory>(아카이브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 그는 “출판, 스크리닝, 사회적 실천 등으로 전시의 영역이 무한히 확장했다. 몇 가지 조건을 구조화하면서 무엇이 전시이고 전시가 아니며, 나아가 전시가 여전히 유효한 모델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