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展
달과 인간의 조우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展 5. 2~6.10 바라캇서울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개인전 <영원한 빛의 정점> 전경 2018 바라캇 서울
스페인작가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Jorge Mañes Rubio)의 국내 첫 개인전 <영원한 빛의 정점>이 열렸다. 작가는 인류가 달에 정착해 새로운 문명을 일군다는 가상의 내러티브를 설정하고 그들의 삶을 상상한다. 신작 18점은 미래에서 온 ‘유물’로 고대무속신앙을 환기한다. 고대의 이미지로 미래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역설을 작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
Art 달 정착을 꿈꾸는 대부분이 달을 정복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이 전시에는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JR 처음 인류가 달에 도착했을 때 정복했다는 표식으로 깃발을 꽂았다. 식민지 역사 속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이 달에도 그대로 자행된 것이다. 나는 달에 신문명을 연다면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인류 문명은 달과 관련된 신화를 공유한다. 또 지구와 다른 환경 덕분에 달은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성한 곳이다. 그래서 사원을 지어 달의 신성성을 기리고 싶다. 사실 우리가 반드시 달에 정착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소유할 필요는 없음을 강조한다.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무제#10-기억> 혼합재료 190×165cm 2018
Art 고도로 발달한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으로 과거의 유산, 특히 고대무속신앙을 환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JR 출품작 대부분은 미래에서 온 오브젝트로, 과거의 유물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이미지를 보면 이것이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창조될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우리는 확연히 구별하기를 멈출 때 자유를 얻는다. 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인류의 근원을 재인식하는 동시에 자유롭게 사색하며, 정신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미래를 보기를 바란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은 대개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하는데, 우리는 종종 이러한 고민을 등한시한다. 그러나 과학자와 사업가의 손에만 맡기기엔 인류의 미래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 본질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작품 <무제 11, 12-중재인> 앞에 선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Art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에서도 영적세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JR 당시 운 좋게 한국 무속인 여럿의 굿판을 돌아다니며 의례 절차와 의례용 도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달에서 누군가 죽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의식을 치를 테다. 그 모습이 어떨지 상상할 때 작년의 경험과 연구 내용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출품작 중의 토기와 가면은 의례용 도구로 영적 기능을 지닌다. 올해 말 테드 강연자로 콜롬비아에 간다. 남미 무속인들을 만나 무속신앙을 더 연구해서 작업에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고싶다. 우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우주 작가’로 이름 붙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
*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Jorge Mañes Rubio, b.1984) 영국 런던왕립예술학교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 디자인요소를 조형어법으로 승화한 설치, 조각, 영상작업. 유럽우주국 레지던시(2016)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17)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