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피크닉’ 개관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개관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 세계 최초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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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타카타니 시로 <Water State 1> 설치 전경 2018 피크닉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회현동의 삼거리 도로, 사람보다 자동차가 더 많아 다소 삭막한 분위기를 풍기던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들고 있다. 차도 한쪽의 좁은 샛길을 따라 2분가량 걸어 들어가면 푸른 녹지와 함께 연갈색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이 도심의 빌딩숲과는 색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지난 5월 26일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이다. 1970년대 중견 제약회사의 구식 사옥을 일부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하면서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건축물로 탈바꿈했다. 전시장, 카페, 프렌치 레스토랑, 국내외 독립 브랜드 편집숍, 남산이 보이는 루프탑 등은 온종일 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피크닉 운영진은 전시기획사 글린트(Glint)로, 이들은 2014년 아르코미술관과 협력해 <즐거운 나의 집>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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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
피크닉의 포문을 연 개관전은 일본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의 특별전 <Ryuichi Sakamoto: Life Life>(5. 26~10. 14)다.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 <레버넌트>(2015)와 한국영화 <남한산성>(2017) 그리고 최근 인기를 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까지 음악감독을 역임하면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수많은 영화음악은 물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백남준, 알바 노트 등과 협업하거나 오케스트라와 댄스음악을 융합한 실험적인 앨범 등을 발표하면서 전방위적 작가로 활동해왔다. 2006년부터는 사회운동가로서 지구온난화 방지, 삼림보호단체 결성, 원자력 반대 운동 등을 추진했다. 이번 전시는 사카모토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음악감독, 작가, 사회운동가로서 그를 전반적으로 재조명하는 세계 최초 전시다. 사카모토의 음악 영화 미디어아트 설치작품 등을 한자리에 총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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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가 전시 오픈을 앞두고 작품 <LIFE>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전시는 피크닉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과 루프탑으로 펼쳐진다. 출품작 다수가 영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시장 조명 밝기를 최대한 낮추고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중 작가 타카타니 시로와 협업한 설치작품 <Water State 1>과 <LIFE - fluid, invisle, inaudible…>은 관객의 공감각적 체험을 이끌면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물을 주재료로 만든 두 작품은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끝없이 변화하는 물의 순환 현상에 대한 사카모토의 관심을 반영한 것. 324개 노즐에서 6m 아래 수조로 물방울을 낙하시키는 <Water
State 1>은 빅데이터로 전세계 기상 정보를 수집한 후 물방울 양을 날씨에 따라 다르게 조절하면서 기상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LIFE>는 1999년 사카모토의 창작 오페라 <LIFE>를 재구성한 작품. 공중에 매달린 3개의 수조에 오페라 영상을 차례로 투사하고 수조의 물을 인공적인 안개로 전환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피크닉은 개관 불과 한 달 만에 SNS의 해시태그(#) 게시물 3만 개를 돌파하면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공간 인지도 측면에서는 성공적으로 기반을 다진 셈. 이러한 추세가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피크닉이 문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