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해리스展
2018 / 07 / 31
영성, 나무에 새기다
자크 해리스展 7. 12~8. 12 페로탕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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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해리스 (사진촬영: Claire Dorn)
자크 해리스(Zach Harris)의 아시아 첫 개인전 <Sunset Strips to Soul>이 페로탕 서울에서 열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그는 나무를 깎아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부조 회화를 만든다. 전시에는 최신작을 포함해 9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환각적이고 이질적인 색채의 조합, 어린아이 낙서 같은 드로잉과 표현주의적 붓질, 정교하게 계획된 기하학적 패턴, 서양미술사와 여러 종교를 가로지르는 알레고리적 형상 등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충돌한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관객을 그림 앞에 붙들어 두는 고요한 힘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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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diac Scroll> 조각 한 나무, 수성 물감, 잉크 88.9×119.4cm 2018
Art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
ZH 새로운 회화를 만들고 싶었다. 회화이면서 프레임이고, 건축적인 회화! 때로 회화는 ‘오브젝트’에 가깝지 않나. 그래서 대학원생부터 목공예를 독학해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 과정이 무척 힘들었지만, 회화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Art 작업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ZH 모든 작업마다 출발점이 다르며, 그 과정은 자동기술법적이다. 매일 아침 2시간 정도 명상하듯 몸을 풀며 드로잉을 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중 <Zodiac Scroll>도 드로잉에서 출발했다. 굴곡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굴곡은 뭘까, 평평함은 뭐지, 이것을 3차원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그림에 날짜 개념을 도입하면 어떨까. 그런 질문을 던지며 구조를 만들고 형태를 새겨 나갔다. <Double Helix (in 2020)>는 스프레이로 뿌린 물감이 용처럼 보여서, 그것을 패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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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Helix (in 2020)> 조각한 나무, 수성 물감, 잉크 208.3×152.4cm 2015~17
Art 화면에 대립되는 요소들의 병치효과가 두드러진다.
ZH 맞다. 예를 들어, 표현주의적 붓질 옆에 기하학적 패턴이 놓이면, 작품에 숨통을 열어주는 것 같다. 그런 구조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
Art 많은 평론가가 당신의 작품에 숨은 미술사적 레퍼런스를 찾아내기 바쁘다.
ZH 뉴욕에서 살 때, 매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가서 수많은 작품을 감상했다. 그런 경험이 내 무의식에 흡수되어,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 아닐까. 부모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는 음악가, 어머니는 역사 교사셨다. 음악과 미술은 유사하다. 신비롭고 흥미롭다. 음악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무엇이 결합해, 나와 내 작품에 반영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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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Strips to Soul>전 페로탕갤러리 전경
Art 추상미술 선구자들의 작품과 당신의 작품이 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ZH 학창시절 칸딘스키가 쓴 《초월적인 것에 대하여》를 탐독했다. 그 책은 인간 존재와 연결되는 색과 형태가 지닌 정신적 차원을 분석한 모더니즘의 정수다. 바람이 있다면, 내 작품이 ‘동시대미술’로 분류되지 않았으면 싶다. 내 작업은 점차 발전하고 있고, 이러한 작업을 정의하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사후에라도 그런 거시적인 맥락에서 내
작품이 호출되길 바란다.
자크 해리스 / 1976년 미국 산타로사 출생. 캘리포니아대, 뉴욕스튜디오스쿨, 바드칼리지, 헌터칼리지에서 수학. 페로탕과 데이빗코단스키갤러리 등에서 개인전 개최.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