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의 눈: Romanian Eyes展
2018 / 08 / 01
루마니아의 ‘젊은 미술’
감시자의 눈: Romanian Eyes展 7. 9~8. 31 과천 스페이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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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실라기 <#1722606> 캔버스에 유채 40×30cm 2017
루마니아 젊은작가 특별전 <감시자의 눈: Romanian Eyes>(7. 9~8. 31)이 과천 스페이스K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유럽 현대미술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참여작가는 마리우스 베르체아(Marius Bercea), 블라드 올라리우(Vlad Olariu), 레오나르도 실라기(Leonardo Silaghi), 미르체아 텔레아가(Mircea Teleaga)로, 연령대는 1979년생부터 1989년생까지다.
루마니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에 점령당했고, 전후에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혹독한 압제정치 아래 1989년 민주혁명이 발발하기까지 25년간 경찰의 감시망에 억압받은 상처를 안고 있다. 전시제목 <감시자의 눈>에는 이러한 루마니아의 특수한 현대사적 맥락이 함축됐다. 참여작가들은 사회주의 영향과 혁명 이후 새로운 정치로의 이행을 겪은 세대로서 루마니아의 역사가 동시대에 남긴 과제를 각자의 작업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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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체아 텔레아가 <무제> 리넨에 유채, 아크릴릭 165×204cm 2016/2018
가장 먼저 관객을 맞는 출품작은 블라드 올라리우의 조각작품이다. 과천 (주)코오롱그룹 사옥 1층 한편에 자리한 스페이스K는 주로 갤러리 내에서만 전시를 열어왔지만, 이번 특별전은 사옥 로비까지 전시공간으로 확장했다. 올라리우는 스티로폼과 폴리우레탄 같은 저렴한 재료로 기념비적 고전작품을 모방하면서 작품에 담긴 권력과 상징성을 해체한다.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희생된 약소국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편하려는 의도다. 올라리우의 작품 너머로는 레오나르도 실라기의 페인팅 총 4점이 로비를 장식했다. 공업지대의 중공업 기계나 운송 수단을 화폭에 담아오던 실라기는 이번 전시에 대형 추상회화를 새롭게 선보였다. 구체적인 형태가 해체된 도형과 무채색 안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광의 빛을 잃는 역사의 이면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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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 베르체아 <Midcentury Modern Cowboy> 캔버스에 유채 57.5×45cm 2015
전시장에는 미르체아 텔레아가와 마리우스 베르체아의 회화작품이 선보여졌다. 텔레아가는 도심을 벗어난 맹지의 풍경에서 루마니아의 시대적 초상을 발견한다. 과거 독재정권의 도시 확장 계획하에 개발된 지역을 녹슨 듯한 색채로 묽게 칠하면서 폐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알록달록한 색채와 간결한 이미지로 구성된 베르체아의 그림은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화면 한 구석에 일렁이는 노을이 불안감을 조성한다. 작가는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수용하며 빠르게 변해가는 루마니아 도시의 갈등과 혼란을 그림에 표현한다.
이처럼 4명의 작가들은 정치 및 경제 체제의 변화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저마다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특히 강대국 점령, 독재 정권, 급속한 현대화라는 흐름은 한국 근현대사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어, 역사의 트라우마를 직간접으로 겪은 세대가 그러한 경험을 동시대미술에
투영하는 양상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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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올라리우 <King of Stalingrad> 폴리, 레진, EPS폼 110×125×65cm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