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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전수천,71세로타계

2018/10/07

설치미술가 전수천, 71세로 타계

<무빙 드로잉> 등 대형 프로젝트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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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횡단 열차에서 창밖을 촬영하는 전수천

대지를 캔버스 삼아 평화의 그림을 그린 설치미술가 전수천이 지난 9월 4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17년 12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투병해 왔지만, 올해 6월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개인전이 마지막 전시가 됐다. 
1947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고인은 집안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잠시 중단했다가 뒤늦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 무사시노미술대학 회화과와 와코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9년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전에서 나무와 천을 이용한 설치작품 <한강에 그어진 드로잉>으로 이름을 알리고, 1993년 대전엑스포의 상징 조형물인 <비상의 공간>을 제작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설립된 한국관에 참여해 설치작품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를 선보여 한국작가로는 첫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됐다. 1993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동시에 미술원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자로서 201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동료 미술가들과 함께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대안예술학교 ‘비닐하우스 AA’를 세우고, 기관이 2013년 ‘창작예술학교 AA’로 발전하면서 초대 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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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천 <무빙 드로잉> 프로젝트 2005_흰색 열차는 햇빛과 바람을 빨아들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2005년 그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프로젝트 <무빙 드로잉>으로 또 한번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흰색 천으로 440m의 열차를 감싸고, 뉴욕-워싱턴-시카고-세인트루이스-앨버커키-그랜드캐년-로스앤젤레스까지 총 주행거리 5,450km를 7박 8일에 걸쳐 달리는 대여정을 시도했다. 열차는 작가의 ‘붓’, 미국의 광활한 대지는 ‘캔버스’라는 것이 작품의 기본 발상이다. 이때 ‘흰색’은 수용과 포용을 상징하며, 미국의 도심과 평원, 사막 등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양과 색깔을 전부 끌어안는다는 개념을 내포한다. 흰색 열차는 날카롭고 빠르게, 때로는 둔하고 느리게 대륙을 횡단하면서 광대한 땅과 무한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편의 대지미술이자 매머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열차에는 작가와 프로젝트 스태프 외에 총 60명의 참가자가 동승했다. 풍수학자 조용헌, 건축가 황두진, 가수 노영심, 소설가 신경숙, 영화평론가 오동진 등이 매일매일 강연과 공연을 펼쳤다. 
전수천은 지난 30여 년간 회화 설치 비디오 사진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자연, 인간, 문명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영국에서 가진 첫 개인전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전시 <사유의 공간>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약해 보여 줬다.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대표작 <신월인천강지곡>과 함께 1천 개의 거울 조각 및 3만 5천여 개의 주사위로 제작한 신작 설치 <Game& Play>가 전시장에 ‘사유의 공간’을 구축했다. 거울과 주사위의 수많은 투명색 파편은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고인은 2010년 작가노트에 이렇게 기록했다. “살아 숨 쉬는 것과 죽음이 가지고 있는 리얼리티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우리는 바라보며 살고 있을까! 아니면 걸으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을 쳐다보는 것처럼 지나쳐 버리고 살고 있을까! 생명을 만지며 느끼고, 죽음을 가슴으로 만지는 시간은 또 언제부터 잃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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