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展
2018 / 10 / 31
아시아 공연예술의 최전선
아시아 포커스展 9. 28~10. 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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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응 <조미아의 여왕>
2017년에 이어 2회를 맞은 <아시아 포커스>(감독 김성희)가 9월 28일부터 5일간 개최됐다. 세계적인 공연예술전문지 《I/O가제트》는 1회 <아시아 포커스>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공연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전 세계 프로그래머라면 모여야 할 장”이라고 호평했다. 올해는 호추니엔(싱가포르), 로이스 응(홍콩), 고이즈미 메이로(일본), 남화연(한국), 다이첸리안(중국) 등 총 5명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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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연 <궤도 연구> 퍼포먼스 2018
호추니엔과 로이스 응, 다이첸리안은 ‘아시아’를 테마로 삼은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8월 독일 캄프나겔 극장에서 초연된 호추니엔의 <의문의 라이텍>은 1939년부터 1946년까지 말레이 공산당 총서기를 지냈던 라이텍을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 그는 프랑스, 영국, 일본군의 삼중 스파이로 활동한 인물이다. 라이텍을 형상화한 인물상이 관객을 향해 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작가는 탈식민화,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했던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극적으로 시각화했다. 로이스 응은 아편박물관 중 2부 <조미아의 여왕>을 발표했다. 20세기 동남아시아에서 불법적으로 아편을 유통한 마약왕 올리브 양이 피라미드 속 홀로그램으로 유령처럼 등장한다. 작가는 ‘페퍼스 고스트’라는 전통적인 극장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동남아시아의 미로 같은 역사를 환각적인 분위기로 무대에 소환했다. 다이첸리안은 <동에서 온 보랏빛 상서로운 구름, 함곡관에 가득하네>에서 당나라 시대의 귀신이야기 <유양잡조>를 소재로 택했다. 종이인형, 그림자, 책상과 주전자 등의 무대장치를 섬세하게 배치한 연출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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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추니엔 <의문의 라이텍>_<아시아 포커스> 출품작
고이즈미 메이로와 남화연의 신작은 서울관의 거대한 6전시실에서 펼쳐졌다. 고이즈미 메이로의 <희생>은 VR기술로 관객을 가상의 세계로 초대했다. 작가는 관객이 이라크 전쟁을 경험한 한 남자의 시각을 VR로 간접경험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고통마저 구경거리가 되는 현실을 향해 비판적 질문을 던졌다. 남화연은 <궤도 연구>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핼리 혜성의 움직임과 시간을 몸의 언어로 옮기면서, 불가해한 것을 구현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시적으로 고찰했다.
김성희 감독은 “동시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다원’일 것”이라 설명하며, <아시아 포커스>의 목적은 “아시아 작가들이 아시아에서 작업을 선보일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관은 신작 커미션을 위해 해외 유수의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출품작 5편은 중국 밍현대미술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아트, 독일 캄프나겔 극장, 싱가포르국제예술페스티벌, 벨기에 쿤스텐페스티벌 등 총 10개의 해외 기관과 함께 공동제작 됐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공연 이후 해당 기관을 순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