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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당신,그들의

2019/06/13

<My Body, Your Body, Their Body>전은 동아시아 5개국의 몸을 다룬 아트북을 망라한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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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아<utopia-lemonade>가변크기2016

극동(極東). 유럽 대륙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아시아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자리한 나라들을 묶어 일컫는 단어다. 효자동의 복합문화공간 더레퍼런스에서 열린 전시 <My Body, Your Body, Their Body>(4. 23~5. 22)는 마치 세상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을 것만 같은 동아시아 5개국 사람과 도시의 ‘몸’을 보여 준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발간된 몸과 신체성을 다룬 사진집, 도록 등 아트북 총 129권을 한데 모았다. 아시아 국가 간 예술 교류를 목적으로 결성된 ‘유닛서클(Unit Circle)’이 각국에서 선정한 5명의 북 큐레이터가 선별 작업을 도맡았다. 전시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 이중의 타자로서 ‘아시아, 여성’의 신체에 주목하려 했지만, 이후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차별 받는 신체와 이슈까지 확장했다. 동아시아라는 지형학적 조건과 역사적, 정치적 환경에서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소외된 몸들을 불러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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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구<Minsu#32017.05.24Soldier>피그먼트프린트35.5×28cm2017

한 세기 이전 동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의 각축장이었다. 이후로도 동아시아인의 신체는 냉전과 이념 대립, 민족 갈등, 영토 분쟁 등에 의한 첨예한 긴장 상태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왔다. 오랜 기간 치열한 전쟁터와도 같았던 ‘몸’에는 여전히 깊은 상흔이 남아 있다. 그 와중에도 각 국가는 정치 경제 문화적 토대를 재구축해 왔지만 그 결과로서 체제와 구조, 세계관은 제멋대로 꺾이고 부러진 몸처럼 왜곡되어 기형적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지향하며 완전히 굴절시키기도 한다.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사진은 주로 ‘스냅’과 ‘포트레이트’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다. 주변 인물의 신체, 도시 풍경을 관찰해 순간적으로 포착하거나, 스스로의 소수성을 강조하며 자화상의 형식으로 담아냈다. 주어진 사실을 왜곡하기보다 주체적인 고민과 사유를 거쳐 바라본 인물과
대상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전시는 아시아의 몸이라는 주제 아래, 미시적인 소수성을 스스로 발견해 낸 책과 사진들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처한 기형적 시대 상황을 직접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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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춘리>아카이벌잉크젯프린트가변크기2018

전시는 북 큐레이션 외에도 사진작가 장인아 김지숙 강재구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유닛서클의 멤버이자 더레퍼런스 디렉터 김정은이 재선별한 사진을 책 밖으로 끄집어내어 보여 줬다. 3명의 작가는 신체에 각인된 사회적 규율과 억압, 강제로부터 해방된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로서 몸을 조명한다. 김지숙은 선명한 보라색 선홍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여성 보디빌더의 강인한 신체를 강조한다.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중무장한 여성 보디빌더의 신체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고정적 기준과 구별 짓기의 무의미함을 가시화한다. 장인아는 일본 성인 잡지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의 실루엣만 남아 있는 신체 이미지를 보여준다. 대상화된 몸의 윤곽을 따라 여전히 농염한 포즈와 표정이 잔상으로 남아 있다. 강재구의 <Soldier> 연작은 군인이라는 신분을 거치며 변화하는 한국 남성의 신체를 드러낸다. 나체로 등장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군인’이라는 일시적 신분을 부여 받은 청춘의 불안과 피로가 묻어 있다.
<The Reference Asia: Asia Art Book Librar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올해 7월과 10월, 도쿄와 대만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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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Body,YourBody,TheirBody>전전경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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