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행동하는건축가

심소미, 이종우 기획의 <리얼-리얼시티>전은 건축가 故 이종호의 유산을 동시대 미술작품과 아카이빙으로 살핀다. / 홍 이 지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20bf6da8edac4a622877b619aea0ec3c0aa41319-500x334.jpg

METAA(우의정,이상진)<마로니에파빌리온>강관과아크릴구조물450×900×450cm2019

<리얼-리얼시티>(7. 12~8. 25 아르코미술관)전은 1990년대 이후 도시와 사회, 그리고 일상과 현실을 매개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행동하는 건축가’ 故 이종호(1957~2014)가 남긴 질문과 그의 유산을 다양한 형식으로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전시는 이종호의 건축 아카이브와 도큐멘테이션뿐만 아니라 총 18명(팀)의 예술가 건축가 영화감독 문화기획자 등이 제작한 디자인 리서치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의 실천으로 연결 지어 살펴본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으로, 이종호 건축가의 유작인 마로니에 공원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전관에서 진행되었으며, 건축과 미술의 접점에서 전시를 매개로 도시 공간을 연구해 온 심소미 큐레이터와 건축 연구자 이종우가 기획을 맡았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04cefe6759a421493b4ab97c17b7b565359bfb06-500x334.jpg

리얼시티프로젝트<그린벨트>리서치프로젝트가변크기2019_5명의건축가와20여명의건축학도가서울외곽의그린벨트를조사한리서치프로젝트결과물을공개했다.

이 전시는 이종호의 발자취를 따라가지만, 회고전이나 추모전의 형식을 지양한다. 두 기획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간 전국을 돌며 건축가 연구자 예술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건축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실천적 면모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는 최고은 일상의실천 김무영 정재호 등 ‘건축과 도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어받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함께, 이종호의 유작이 되어 버린 ‘마로니에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기억하며 그와 건축사무소 메타(METAA)에서 함께한 건축가 우의정과 이상진이 <마로니에 파빌리온>(2019)을, 그리고 리슨투더시티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와 함께 청계천 도시 재생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청계천 아틀라스: 메이커시티>(2019)를 통해 그가 남긴 물리적인 발자취를 추적한다. 또한 후배 건축가 황지은의 <세운캠퍼스 프로젝트>(2019)와 리얼시티 프로젝트의 <그린벨트>(2019)는 故 이종호가 살아생전 몰두했던 리서치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이들의 현재의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건축과 개인을 매개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보여 준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ef37aa2e01ec51b2c1ecf40fec01a922a0be385b-500x334.jpg

김재경<Facade신월6동><잠실시영아파트><동생들이사라졌어> 3채널비디오,무한루프가변크기1999~2012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은 1층에 위치한 이종호의 <아카이브룸>으로, 과거 그가 진행했던 건축 프로젝트의 기록을 담은 원본 자료와 사진, 메모 등의 2차 자료들로 구성되었다. <리얼-리얼시티>는 이종호가 없는 이종호의 전시였지만, 이종호가 남긴 아카이브 작품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이종호의 글 <확실하지 않은 언어들-근대와 현대>에서 그는 근대와 현대의 구분과 차이, 그리고 근·현대를 구분 짓는 시도들에 대해 언급하며, 미세한 차이에 의해 미끄러지는 의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차이에 의해 점점 우리가 사는 현재의 실재가 규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두 기획자는 ‘이종호가 드러나지 않고도 잘 드러나는 전시’로 구현되길 바랐다. 이종호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이번 전시가 건축과 미술을 종횡하는 실천적 면모에 주목한 기획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종호가 부재하지만 드러난다는 것은 그와 그의 유산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그와 그가 남긴 연대에 공감하고, 끝나지 않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서로 다른 현재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dc256c52d2875ee09e44fedcc9486678fd2bcd8d-500x334.jpg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