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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미술의

2019/10/22

<필리핀 미술, 그 다양성과 역동성>전은 고단한 근현대사와 함께 발전한 필리핀 미술의 현재를 조망한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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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빈그레고리오<Lionization>캔버스에아크릴릭111×215cm2008 _작가는유년시절여러나라를떠돌아다니며성장했다.대중문화에서비롯한만화적이미지와이에상반되는이민글로벌리즘폭력전쟁등의주제를다룬다.

필리핀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면, 일견 한국의 근대 국가 형성 과정과 흡사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훨씬 고단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필리핀은 16세기부터 4세기 동안 스페인 미국 일본에 의한 피식민 경험을 겪은 뒤 1946년에 이르러 비로소 독립을 일궈낸다. 하지만 1969년에 정권을 잡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 1986년 파워 피플 혁명(Power People Revolution)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한 것까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20세기 격동의 시기 속 필리핀 현대미술의 발자취 또한 한국과 흡사한 면모를 보인다. 독재정권하에서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아방가르드적 움직임과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묻고 응답했던 흐름으로 양분되었던 것. 혁명 이후 훼손된 민주적 가치를 복원하며, 글로벌리즘의 물결 속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동시대적 내용과 형식을 재창안하는 노력으로서 그 궤도를 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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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티코로넬<InvokeLighttoMattertoSpirit>캔버스에아크릴릭72×120cm2019

지난 9월 4일, 총 6일간 열렸던 <필리핀 미술, 그 다양성과 역동성>(9. 4~11 인사아트센터)전은 위와 같은 궤적을 지나온 필리핀 미술의 현재를 조망하는 자리였다. 필리핀 출신의 작가 11명이 참여해 회화 사진 설치 등 작품 총 33점을 소개했다. 2015년부터 베트남을 시작으로 매년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의 현대미술을 소개해 왔던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국제문화교류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최은주 큐레이터는 <필리핀 미술, 그 다양성과 역동성>을 통해 “아시아 국가 어느 곳보다도 먼저,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필리핀 현대미술의 진면모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시에는 자신들의 역사를 소환하고 현재 시점에서 되짚는 작업들이 눈에 띈다. 잉글랜드 히달고(England Hidalgo)의 판화 시리즈는 스페인 식민 시절을 연상케 하는 요소를 통해 굴곡진 역사와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다. 존 프랭크 사바도(John Frank Sabado)의 <Image of the Past 1>은 타투로 전신을 뒤덮은 필리핀 소수민족이 등장해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환기한다. 노베르토 롤단(Noberto Roldan)은 필리핀의 삶을 대변하는 일상의 오브제와 사진을 액자 속에 병치시키며 문화적 근원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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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카부로<TheEndlessStream>캔버스에유채122×189cm2019 _언뜻화려하고아름다운색채의열대풍경의이면에는후기자본주의의욕망이넘실대는필리핀사회가자리하고있다.

일군의 작가들은 필리핀의 도시와 자연 풍경을 소재로 삼는다. 진 카반기스(Zean Cabangis)와 뤼 메디나(Lui Medina)의 회화는 현실의 풍경을 조작하고 중첩시켜 놓았다. 카반기스는 실제 풍경 위로 상상의 건축적 구조를 삽입하고, 메디나는 서로 다른 풍경을 겹쳐 가상의 장소를 만들어 냈다. 한국계 필리핀 작가 키티 카부로(Kitty Kaburo)는 이방인으로서 관찰한 필리핀의 현실을 현란한 색채와 표현이 돋보이는 풍경으로 치환해 역설적으로 재구성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드 메리노(Ged Merino)는 전시를 앞두고 미리 한국을 찾아 한국인과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헌 책과 신발처럼 개인적 서사가 녹아 있는 오브제를 실 천 옷 등으로 감싸는 그의 주요 작업 방식 ‘래핑 (wrapping)’ 워크숍을 통해 한국의 참여자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전시에서 선보였다. 완성된 래핑 오브제들은 실로 연결되어 예술을 통한 소통과 교류,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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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프랭크사바도<ImagesofthePastI>종이에펜,잉크79×61cm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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