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잡지 역사
2019 / 12 / 22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한국 미술잡지의 궤적을 살피며 디지털 시대 미술잡지의 역할과 가치, 미래를 조망한다. / 김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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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협회회보》 2호 표지(1922)
반박할 여지없이 디지털 시대가 된 현재, 정보와 매체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움직여 왔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발언하고 정보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인쇄 매체인 미술잡지는 종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됐다. 여하간 미술잡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듯 보인다. 그렇다면 미술잡지가 정보화 시대에 들어선 후 이제까지 만들어 왔고, 또 만들어 갈 지형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언제나처럼 아카이브를 펼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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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미술》 창간호 표지(1976)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전시 <미술을 읽다-한국 미술잡지의 역사>(11. 14~2020. 3. 7)가 열리고 있다. 미술잡지의 역할과 가치를 전달하고 미래를 짚는 자리다. 1917년 창간한 희귀본 《미술과 공예》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미술잡지 100년을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미술과 공예》 1, 2호가 공개됐다. 한국 최초의 미술잡지이지만 동양미술협회 이사장 야마구치 세이가 일본어로 편집해 출간한 점에서 ‘최초’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많은 근대미술연구자들은 《서화협회 회보》를 한국인이 한국어로 발행한 한국 미술잡지의 시작으로 짚는데, 이는 발행인 홍방현의 주도로 제작된 회보이자 정기간행물이었다. 이외에도 《조선미술》(1958) 《조선예술》(1982) 등 북한 미술잡지와 판화 정기구독권 등 잡지 부록도 전시해 미술잡지의 궤적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잡지의 광고 지면을 화방 화구 공간 사진 출판으로 나눠 소개하며 잡지가 담아내는 시각문화의 변천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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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술》 표지(1958)
한편, 잡지들이 주목했던 한국 미술계의 이슈를 크게 여섯 주제로 분류하고 관련 기사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갈무리했다. 미술시론 공공미술 뉴미디어 비엔날레 북한미술 한국미술의 세계화로 구분된 잡지의 특집들은 국내 미술계의 흐름을 비롯해 그 안에서 기능하는 미술잡지의 역할을 되짚는다. 특히 1983년 《계간미술》의 기사 <일제 식민잔재를 청산하는 길>을 소개한 점이 흥미롭다. 일제 식민주의 잔재와 한국미술에 관한 특집으로 평론가 미술사가 등 9명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제 식민 잔재를 문제 삼아야 하는 이유, 청산해야 할 잔재의 범위와 방향 등을 지적한 기사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두웠던 시기에 자력으로 일궈낸 우리 문화를 부정하고 불신을 조장한다는 반발이었다. 설문위원이었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이경성은 직위에서 물러나야 했을 정도였으나, 일제 잔재에 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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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읽다-한국 미술잡지의 역사>전 전경 2019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시는 연계 프로그램으로 4차례 강연을 진행했다. 11월 14일 김복기의 ‘아트인컬처 20년 한국미술 20년’, 11월 21일 김찬동의 ‘국내 미술잡지의 흐름과 양상’, 11월 25일 김달진의 ‘서울아트가이드 창간과 운영’, 11월 27일 임성훈의 ‘매체와 소통에 대한 미학적 고찰’로 미술잡지를 둘러싼 논의를 여러 방향에서 고찰했다. 12월 중에 강연 내용을 포함해 전시 전반을 다룬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미술잡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으며, 멈추지 않는 현재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