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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의낭만을노래하다

2020/08/04

따뜻한 색감으로 평범한 인물, 일상의 풍경을 그려온 콰야. 개인전 <보통사람들>(6. 13~7. 18 2GIL29Gallery 이길이구갤러리)을 열어 그 관심사를 다시 한번 환기했다. 작가는 꽃, 달, 별과 함께 환히 빛나는 인물을 그려 매일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 인물은 우울과 근심을 위로하는 존재기도 하다. 그에게 ‘보통’은 일상의 동화 같은 순간이다. / 김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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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이의춤>캔버스에혼합재료130×162cm2020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사랑의 춤을 추고, 쏟아지는 별과 달을 만끽하는 두 사람. 어떤 이는 와인과 마티니를 앞에 두고 우울해 하기도, 누군가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깊은 밤의 사색을 즐기기도 한다. 몽글몽글한 파스텔 톤 색감의 이름 모를 평범한 인물을 그려온 콰야(Qwaya). 패션디자인과 출신으로 회화작업에 몰두한 지 5년이 채 안 된 미술계 ‘뉴 페이스’지만 다방면의 활약으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핫’한 작가다. 그는 도서, 음반, 뮤지컬, 모바일 게임, 매거진의 일러스트 디자인에 참여해 입소문을 탔고, 밴드 잔나비의 2집 정규 앨범 커버 작업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페인터로서의 활동도 꾸준하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7년 이래 콰야는 크고 작은 전시에 40회 이상 참여하며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개인전 <ORDINARY-보통의 기록>(P4스퀘어 2017), <일상적 순간들>(연남장 2018), <오늘도 보통의 일상>(땡스북스 2019), <안온한 일상, 평범한 우리>(어라운드울산 2019)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보통’의 존재와 ‘일상’적 순간에 눈길을 둬왔다.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나에게 보통이란 단어는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때론 길가에 핀 꽃에서 큰 감동을 받는 것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치는 시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똑같은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다.” 지새운 밤(過夜)과 조용한 탐색(Quiet, Quest)에서 따온 그의 예명 ‘콰야’도 무심히 흘러간 나날을 곰곰이 반추하는 작가의 관찰자적 태도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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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아래에서>캔버스에유채162×132cm2020

작가는 그 일관된 관심사를 망라해 지난 6월 개인전 <보통사람들>을 열었다. 전시에는 작년과 올해 동안 제작한 신작과 드로잉을 포함해 총 83개의 그림을 출품했다. 화사한 배경에 미묘한 표정을 한 인물화가 1, 2층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콰야는 북적이는 거리, 카페, 식당에서 사람을 관찰해 이미지를 포착한다. “특정 인물을 그대로 묘사하진 않는다. 그보다 우연히 마주친 인물의 분위기를 기억해뒀다가, 나름의 해석을 덧붙인다. 형상을 일부러 뭉개기도 한다. 그 대상은 실존도 상상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인물이다. 나는 작품에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 
작가가 정의한 ‘보통 사람들’에서 우리는 어떤 ‘보통’을 발견할까?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보통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어둔 밤 달빛에 기댄 독서, 푸른 장미에 둘러싸인 소년, 깊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의 여인을 그린 장면이 진정 그럭저럭 흔한 보통의 존재, 일상적 풍경일까. 사실 일상은 지리멸렬하다. 보잘 것 없는 사소한 일이 반복되고, 해결되지 않는 욕구로 가득하다. 콰야는 권태로운 삶을 서정적이고 환상적으로 그린다. <우리, 밤하늘에 수놓은 별처럼>, <영원한 순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 아래에서>, <같은 공간에서>, <달빛을 보며 그들은>, <늦은 시간의 잠>, <소년과 해바라기>, <지켜줘>, <장미 꽃다발을 안고서>처럼 콰야 그림은 꽃, 달, 별로 가득하다. 중심에 놓인 인물은 사랑의 달콤함을 속삭이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천진하게 감상한다. 작가는 인간의 낭만적 감정, 자연의 생기발랄한 순수를 보통이란 미명 아래 담아왔다. 유화와 오일 파스텔을 혼용해 만든 뭉툭하고 투박한 필치, 조화로운 보색 대비가 자아낸 색감은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게 덧칠하는 작가만의 자유분방한 표현법이다.
한편 현대인의 우울을 상기하는 작품도 있다. 침울한 표정의 <만남을 앞두고>, 서로를 외면하는 <둘>, 공허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희미하고 흐릿한>. 콰야는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불편한 근심, 허무한 감정, 예민한 관계를 포착했다. 다만 작가는 우울을 쏟아내는 그릇,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구호로 작품을 활용하기보다, 누구나 마음에 품은 고통의 만연함을 환기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보통 사람’은 슬픔과 우울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존재기도 하다. “수정이 어려운 오일 파스텔을 주로 사용한다. 스틱 형태의 재료가 손과 붓의 중간 같다.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불규칙적인 우연한 흔적을 그대로 남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것이 더 순수하고 솔직하다.” 작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인, 그래서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우리 삶의 단면을 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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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시간의잠>캔버스에혼합매체 130x97cm2020

작가는 보통일 리 없는 풍경으로 일상을 정의해 그 소중함과 찬연함을 되짚는다. “내 작품이 일상의 기적까지는 아니어도 작은 힘이 되면 좋겠다. 매일 꺼내보진 않아도 가끔 우연히 열어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정도.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한 친구 같은 작업 말이다.” 콰야에게 ‘보통’이란, 소시민의 삶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단어다. 또 걱정과 고민을 일반의 범주로 끌어들여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을 제안하는 말이다. 이 보통의 이미지는 지루한 일과와 팍팍한 인간관계로 가득 찬 ‘진짜’ 하루를 버티게끔 하는 진통제가 된다. 말랑말랑한 감수성의 작가는 평범한 우리를 화양연화 스토리, 칠전팔기 동화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예술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는 콰야. 성큼성큼 운신의 폭을 넓혀 미술로써 보통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작가의 향후 작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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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야 / 1991년 출생. 본명은 서세원으로 상명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아트아치(2019), 땡스북스(2019), 아티온갤러리(2018), P4스퀘어(2017) 등에서 개인전 개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오리지널 전시; 영원이 된 기억> (KT&G상상마당 2020), <보통의 거짓말>(서울미술관 2019), <그림, 같지않은 그림>(신단비이석예술갤러리 2018), <두가지 시선-戰>(얼킨쇼룸 2017) 등의 단체전 참여. 오붓(5but), 정우물, 잔나비, VER.MUDA, 오영의 앨범 커버 및 『어라운드』, 『맵스』, 『비축생활』 10호 등 매거진 일러스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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