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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로’지르기

2020/09/08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은 서울 개발사를 돌이켜보고, 퀴어의 삶을 가시화한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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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해시태그>입구전경.

‘한강의 기적’. 수도 서울을 심장부 삼아 반세기만에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일궈낸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말이다. 서울 혹은 경성, 한양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종로’ 일대를 도심으로 삼아 성장해왔다. 1960년대부터 서울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사방으로 확장을 거듭했다. 이때 대대적으로 개발된 한강 이남 지역 중 대치동, 논현동, 신사동, 청담동 등은 현재 ‘강남’이라는 지명으로 통칭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참여한 ‘강남버그(이정우, 김나연, 박재영, 이경택)’와 ‘서울퀴어콜렉티브(권욱, 김정민, 남수정, 정승우, 이하 SQC)’는 각각 서울의 특정 지역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강남버그는 ‘강남’, SQC는 ‘종로 3가’에 주목한 것. 상이한 관심사와 탐구적 시각으로 강남과 강북에 대한 흥미로운 리서치 결과물이자 작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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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버그<강남버스>관객참여형프로젝트2채널비디오51분18초2020

강남버그는 작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된 콜렉티브다. 일부 멤버는 강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거나, 현재 거주 중이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 개발을 상징하는 강남 지역을 일종의 오류(bug)로 간주한다. <천하제일 뎃생대회>는 강남의 미술학원가에서 대입 입시를 경험한 멤버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술교육을 받았든 아니든 누구나 참여해 석고 소묘를 즐기는 이벤트였다. 수많은 미술학도가 기계적으로 연습하고 그려대던 소묘는 더 이상 입시에 반영되지 않지만, 미술관 로비에 당당히 내걸린 소묘는 여전히 사교육 열풍이 사그라들 줄 모르는 우리 사회를 비춘다. <마취강남>은 강남 지역의 건축과 개발사를 ‘이식, 배양, 절제’ 등의 의료 용어에 빗대어 정리한 리서치 프로젝트다. 버스를 타고 강남 곳곳을 관광하듯 누빈 <강남버스>는 배우, 노래 강사, 워킹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가이드의 강남 ‘썰’을 바탕으로 “강남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작품이다. 3채널 영상 <오르고 또 오르면>은 삼성동 인근에 들어설 지상 105층짜리 빌딩을 상상한다. 건물 부지에서 595m 높이를 오르내리는 드론 카메라의 시선으로 ‘상승 욕구’가 만들어낸 도시 서울의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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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콜렉티브가진행한번째세미나<도시기록과사회참여>

2016년에 결성한 SQC는 서울 내 퀴어의 흔적을 기록하며,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해왔다. 특히 종로 3가에서 일상을 보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점차 소외된 게이, 노숙자, 노인, 성매매 여성 등을 ‘도시 퀴어’로 명명해 주목한다. 이들은 총 4차례의 세미나를 개최해 도시 미시사의 기록, 성소수자 공간과 새로운 공동체 건설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안했다. 전시장에는 도시 일반사와 타자의 역사를 나란히 배치해 거대 서사 속 소수자의 위치 값을 가늠해보는 연대표 <타자의 연대기>, 종로 3가의 다양한 소음이 흘러나오는 사운드작품 <지층의 목소리>, 도시 퀴어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된 사운드 및 텍스트 프로젝션 작품 <평평하게 겹쳐진>이 공개됐다. 또한 참여형 웹 페이지 <당신은 어떤 궤적을 그리고 계신가요?>에서 출생지와 현 거주지, 주된 활동 지역 등의 정보를 수집해 서로 겹치고 흩어지는 다양한 삶의 궤적을 가시화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인터뷰, 원고, 시각 자료를 한데 엮은 『타자 종로3가 / 종로3가 타자』를 발간해 “도시의 특정 공간을 어떻게 정당하고 온전하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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