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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은미술일까?

<장식전>은 장식과 미술의 경계를 탐구한 전시다. 김수연, 김혜원, 박보마, 소민경, 이유성이 참여했다. / 유연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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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계단을내려오는고양이>스컬피에아크릴릭,뜨개편물7.5×11×4.6cm2017~20

<장식전>(10. 19~11. 13 캔파운데이션 오래된집)은 미술과 장식의 대등한 만남을 꾀한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작품과 작품 사이 곳곳에 붙어 있는 오밀조밀한 비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심심한 백색 방에 반짝임을 더하는 그것. 몇 발자국 걸어 들어가 고개를 돌리면 비즈는 일정한 패턴으로 벽을 가득 채워, 작품으로 변신해 있다. 장식은 미술이 될 수 있을까?
기획자 이상엽은 “과도하거나 부차적인, 불필요한 영역으로 특정 장르에 종속된” 장식의 지위와, 그럼에도 “건축, 공예, 디자인, 미술 영역 어디서나 등장할 수 있는” 장식의 다변성에 주목했다. 5명의 참여 작가 김수연, 김혜원, 박보마, 소민경, 이유성은 미술의 문법으로 장식의 홀로서기를 구현한다. 김수연은 장식의 비기능성을 주제 삼는다. 지붕을 받치는 나무 기둥과 꼭 닮은 가짜 기둥 조각 <New Column>을 나란히 놓아 진짜와 대비했다. 식물 연작의 일부인 <Congratulation>에서는 종이 난초 화분으로 작품의 무용성과 장식성을 강조했다. 김혜원은 ‘뜨개 액자’ <산과 하늘>, <계단을 내려오는 고양이>를 선보였다. <픽셀 수(pixel stitch)> 연작에서는 자수 도안 프로그램 변환 값에 맞춰 풍경 사진을 한 땀 한 땀 수놓았다. 여성 취미로 인식되어왔던 바느질로 제안한 새로운 이미지 구성 방식이다. ‘fldjf studio as boma’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박보마.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fldjf studio’의 서비스로 설정해 디지털 드로잉으로 제작한 간판 조명과 비즈 패턴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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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식물연작>혼합재료가변크기2013~19

소민경은 사물의 외연을 감싸는 장식의 변두리적 속성을 활용한다. <Hall자리 Town자리>에서는 캔버스 안의 이미지를 중첩하고 ‘드로잉 시리즈’에서는 종이로 액자를 가렸다. 장식의 겹은 작품을 은밀한 물체로 만들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유성은 장식 행위를 대상의 원형을 변조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Dandelion Acceleration>은 부츠 모양의 좌대에 올린 나막신 조각. 신발 앞코에 난 구멍에 원하는 지비츠를 꼽아 장식할 수 있는 크록스처럼 아이스크림, 잠자리, 곰 인형 등 아기자기한 모양을 주물로 만들었다. 실제 사물보다 두텁고 투박하게 표현된 두 켤레의 부츠(좌대)와 크록스(조각)는 어디론가 묵직한 걸음을 옮길 것 같다. 이들의 작품은 치장에 집중한 ‘장식미술’과 좌대나 액자처럼 작품을 보조하는 ‘미술장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장식의 기존 속성을 재현하고 변주했다는 점에서 공고한 장식성을 갖는다.  
전시장 안팎을 장식하는 작품들은 미술의 장식적 기능을 환기한다. 오래된집의 입구, 벽, 중정을 차지한 작품으로 누군가의 집을 장식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고 보고 싶다는 수집욕은 미술과 전시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사물은 장식적일수록 가치 있는 것, 즉 미술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장식의 사전적 정의로는 “치장과 그 꾸밈새”뿐만 아니라 “어떤 장면이나 부분 따위를 인상 깊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뜻도 있다. 일상의 단면을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장식과 미술은 일맥상통한다. 전시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장식을 조명한다. 우리는 장식적이기도 미술적이기도 한, 친숙한 낯섦을 바라보며 동시대의 확장된 예술을 감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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