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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자연을수호하라!

아시아 작가 11인이 발언하는 환경 문제 / 최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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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야나<오션원더랜드>털실로뜨개질가변크기2020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의 사전적 의미는 평형, 평정, 균형이다. 생물종의 다양성과 균형을 의미하는 생태학 용어로도 사용된다. 인류는 철저히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자연과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열린 <이퀼리브리엄>(2020. 11. 20~3. 14) 은 인간 문명의 욕망이 자아낸 환경 문제에 주목한다. 한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출신 작가 11명(팀)이 참여했다. 전시는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지역 간 차이를 부각하기보다, 각 참여 작가의 미시적 경험을 공유하는 데 집중한다.
<이퀼리브리엄>는 특정 지역의 다양한 소리를 채집한 ‘사운드스케이프'로 시작한다. 대만 작가 라일라 판친훼이의 영상 <위엔산 근경: 지룽강 옆 고요와 소요>(2018)는 동양화가 궈쉬에후의 1928년작 <위엔산 근경>을 오마주했다.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던 이곳은 현재 공장 지대가 되었다. 두 작품을 병치해 90여 년간 변화한 위엔산 풍경과 소리를 비교한다. 유지수의 다큐멘터리 영상 <온산: 오래된 미래>(2019)는 울산 온산의 이야기를 다룬다. 1970년대 대규모 산업 단지가 조성되며 한국 환경 운동을 촉발시킨 곳이다. 갑자기 터전을 잃은 원주민을 인터뷰해 그 경험과 기억을 추적했다. 두 작품 모두 지역의 문제에서 사회 전반의 거시적 분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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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자연사박물관:태반류>물,유리병,라벨,금속,혼합재료가변크기2019

백정기와 응우옌 우담 트랑은 고대 신화와 환경 문제의 연결점을 모색한다. 백정기는 한국 전통 가옥의 용머리 장식에 주목했다. ‘물을 상징하는 용'에 영감을 받아 철골 구조와 3D 프린팅을 활용한 조각 <용소>(2019)를 제작했다. 작품명도 ‘용이 머무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자연사 박물관: 태반류>(2019)는 물을 채운 유리병 800개를 설치한 작품이다. 그 앞에 포유류 800여 종의 이름과 특징을 밝힌 명찰을 세워뒀다. 작품은 모든 생명체가 물로 연결된다는 신화적 가설을 시각화한다. 실제로 물은 유기체의 탄생과 소멸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베트남 작가 응우옌 우담 트랑의 영상 설치 시리즈 <뱀의 꼬리>(2012~18)는 호찌민의 거리 풍경을 빌려왔다. 작가는 오토바이 행렬이 내뿜는 배기가스에서 뱀의 형상을 떠올렸다. 매연이 신체에 흡수되는 과정을 그리스 및 힌두교 신화 속 뱀의 움직임으로 치환했다. 이번 전시에는 영상 3점과 멸종 위기 문제를 다룬 대형 풍선 조각 <방 안의 코끼리> (2018)를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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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눈물, 그 건조한 풍경> 종이에 아크릴릭 280×260cm 2017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자연의 무한한 힘으로 화합과 치유를 꿈꾸는 작가를 한데 모았다.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의 <오션 원더랜드>(2020)는 명상 중 문득 떠오른 장면을 큰 스케일로 풀어낸 설치작품이다. 뜨개질로 만든 알록달록한 산호초 군집 사이로 관객을 끌어들여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질문한다. ‘장전프로젝트'는 기획자 장준영과 미디어작가 전지윤이 결성한 2인 듀오다. 출품작 <회귀된 시간> (2020)은 ‘AR 드론 퍼포먼스'를 표방한다. 전시장에는 드론 한 무리가 비행하고, 관객은 AR 장비로 구현된 가상 공간에 입장한다. 이곳의 풍경은 작가들이 개발 중인 장소를 촬영한 영상 스틸을 재조합, 편집해 만들었다. 끝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생존하려는 인간의 분투를 은유한다.
전시는 처절한 반성이나 성급한 변화를 주문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지역의 환경 문제를 고루 소개하며, 이들이 상호 영향 관계에 놓여 있음을 상기시킨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일으키듯 말이다. 인간과 자연이 평형을 맞추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어쩌면 환경 파괴를 자행해왔던 인류가 지금보다도 충격적인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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