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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전병구

2021/04/18

Jeon Byungkoo: 추억은 순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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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들어올때>캔버스에아크릴릭40.9×31.8cm2020

눈물 뚝뚝 짠맛도, 분노 끓는 매운맛도, 시간이라는 맹물과 섞이면 감정의 유통기한이 지난 순한 풍경이 된다. 전병구의 그림은 먼 훗날 한 장씩 넘겨 보는 색 바랜 앨범 같다. 햇살 보얗게 내려앉은 봄날의 유원지 한 장, 잿빛 하늘이 낮게 깔린 거리를 방황하던 초저녁 한 장, 붉게 물든 손끝으로 연인의 찬기를 녹여준 겨울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을 밟고 일어서는 흘러간 풍경들. 그가 3년 만에 개인전 <밀물이 들어올 때>(3. 4~4. 3 이유진갤러리)를 열고 2018~20년작 회화 24점으로 관객을 환대했다. 감성을 찔러오는 일상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얼마간 후에 그림의 대상으로 불러들였다. “그림이 되기에는 평범하고 지루한 것들, 우리 주변 가까이 있지만 먼 것들, 반복되지만 볼 때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들, 기시감을 일으키나 실재를 가늠할 수 없는 현실 너머 어느 먼 곳의 세계를, 말이 없는 그림의 세계를 담아내고 싶었다.” 얇고 빠르게 툭툭 끊어내는 붓질로 물감의 겹물결을 이루는 방식이 기존의 표현법이라면, 이번에는 ‘그리기의 유희’를 한층 강화했다. 먼발치에서 세밀 묘사한 정원의 전경부터 군더더기 없이 색면 처리한 건물 일부분까지, 망원경으로 거리 조절하듯 시야를 좁히고 넓히며 대상에 어울리는 재현 기법을 실험했다. 감정이 밀물처럼 들어올 때 가만히 잠겨 기다리다, 썰물이 지면 남겨진 것들을 주워오는 작가. 그는 기억 저편 잠들어 있는 흑백 추억에 색깔 옷을 입혀준다. 그리고 격렬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언어로 묻는다. 당신도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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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호수>캔버스에유채33.3×53cm2018

전병구 / 1985년 출생. 계원예술대 매체예술과 및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 석사 졸업. OCI미술관(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7),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7)에서 개인전 개최. <공통시대>(인디아트홀공 2020), <모호하지만 빛나는 소우주>(단원미술관 2020), <이진형, 전병구>(미스터고트 2020), <PHYSICAL>(팩토리2 2020), <Coners 3: Cave and Garden>(킵인터치 2019) 등의 단체전 참여.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2017) 선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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